“결판 지연돼 하청업체만 피 말라”…공정위 철퇴에도 조선3사 끄떡없는 이유

“결판 지연돼 하청업체만 피 말라”…공정위 철퇴에도 조선3사 끄떡없는 이유

기사승인 2020-02-13 04:20:00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구제, 정부가 직접 해결하라!”

하도급법을 위반해 208억원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철퇴를 맞은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재 두 달 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조선업계를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하청업체. 이들은 급기야 청와대에 문제해결을 요구하기에 나섰다.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앞에 선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 위원장은 “한국조선해양은 무대책으로 일관, 정부 정책을 비웃고 있다”며 “청와대가 나서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조선3사가 피해 하청업체들에 신속히 피해 구제를 이행하도록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청업체 피해액에 비하면, 공정위 과징금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한 위원장에 따르면, 15곳의 한국조선해양 하청업체가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총 1038억원에 이른다. 3년 동안 민사가 진행된 사건만 집계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부과받은 과징금의 약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청업체는 반포기 상태다. 이날 한 위원장은 “조사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의결서 기한(45일)을 연장했다”며 “원청은 공정위 판단에 행정 소송을 진행할 것이 뻔하다. 행정소송 제기 기한은 30일 이내로 판단은 또 지연될텐데, 하청업체만 피가 마른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원청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권태준 ‘공존’ 변호사는 “한국조선해양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직원 PC를 교체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며 “당시 PC 교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선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한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조사를 방해한 원청 관계자들은 1억원 수준 벌금만 받았을 뿐”이라며 “이러한 산업 환경 속에서 누가 중소기업을 운영하겠느냐. 일자리는 또 어떻게 늘어날 수 있겠느냐. 자부심 갖고 경제활동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0월에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비해 한국조선해양은 조직적으로 조사대상 부서의 273개 저장장치(HDD) 및 101대 컴퓨터(PC)를 교체했다. 또 관련 중요 자료들을 사내망의 공유 폴더 및 외부저장장치(외장HDD)에 은닉했다.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과 소속 직원 2명에게 각각 과태료 1억원, 2500만원 등을 부과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제3조2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규정에서 해답을 찾았다. 서치원 ‘원곡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선업은 대기업이 아니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산업”이라며 “조선업계 하청업체들은 대기업에 100% 거래 의존한다. 또 이들은 원청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일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 개선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본적으로 하도급 법 위반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 시장지위남용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청업체 요구는 3가지다. ▲계약서 기재 내용은 대금 지급의 근거가 사후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작성돼야 할 것 ▲대금 지급의 근거가 사후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것 ▲조사방해 및 자료 미제출에 대해 형사 처벌을 포함한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 등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팀장은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는 6~7년 동안 하도급 및 용역업체들은 사지로 내몰린다. 이 문제는 공정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 주도하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