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속속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낙인찍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28명 가운데 7명이 퇴원했다. 나머지 21명의 환자들도 대체로 안정적인 상태다. 충북 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된 우한 교민 173명도 이날 시행한 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될 경우 이번주 내로 격리 해제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예민해진 국민 정서다. 감염병에 대한 편견과 따가운 시선이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완치 판정 확진자와 우한 교민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명지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3번째 확진환자는 "바이러스 감염은 상상도 못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가족을 만나기 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자진해서 보건소 검사를 받은 것"이라며 감염사실을 숨기고 거리를 횡보했다는 온라인상 루머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정신건강이 취약한 완치 환자와 격리자에 '2차 트라우마'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낙인찍기나 비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때에는 지역사회에 돌아간 확진자와 격리자들을 주변에서 병균보듯이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마치 감시하는 듯한 주변의 불편한 시선과 또 다시 본인이 병에 걸리까봐 불안한 마음이 이중으로 이분들을 괴롭혔던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불안이 높았던 분들은 격리 후에 심한 정신적 문제를 호소할 우려가 있다. 격리상태에서 병에 대한 공포나 불안이 높아지기도 하고, 불안상태가 오래 지속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격리자들의 정신건강을 담당한 트라우마 전문가다.
실제 메르스 생존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연구한 결과, 격리해제 4~6개월 지난 시점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 증상은 확진자의 19.4%, 격리자의 7.6%에서 나타났고, 분노감도 확진자의 30%에서, 격리자의 16.6%에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이 2년 넘게 만성피로 증후군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채 교수는 "공중보건을 위해서 본인의 시간을 들여 격리되셨던 분들은 사회적으로 감사를 받고, 그들도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성숙한 시민 사회의 모습일 것"이라며 "완치판정을 받거나 격리가 끝난 사람들은 안전이 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을 배재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종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이 병이 어떤 병이고,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서 발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병의 정체가 확인됨에 따라 두려움은 차츰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메르스의 경우 확진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들어섰을 때 많은 분들이 두려움에서 빠져나왔다. 어떤 감염병에 인류는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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