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보수진영 정치세력이 ‘정권심판’의 기치아래 ‘미래통합당(통합당)’ 이름으로 4·15 총선을 치르기 위한 단일 세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통합당의 미래 혹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통합당이 출범한 17일 정치평론가들은 통합당이 내건 제1목표이자 존재이유인 ‘정권심판’을 위해서는 ‘총선승리’가 필수적이지만 뜻을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이 내걸고 있는 ‘혁신성’과 ‘포용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국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팽배한 유권자들, 특히 ‘샤이 보수’로 불리는 숨은 보수층에 더해 혁신통합의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 층이 모두 지지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이고 명쾌한 가치를 추구하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보다 보편적이고 명쾌한 가치, 그리고 일련의 모습을 확인할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했다. 보수 논객인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천’을 언급했다. 그는 통합당에게 남겨준 숙제를 묻는 질문에 “국민이 바라는 통합의 가치에 더해 쇄신, 혁신이라는 변화를 어떻게 조화롭게 하느냐는 것은 결국 공천으로 얼마나 잘하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공천에서 가장 큰 장벽은 움직이지 않는 TK(대구·경북) 지역과 통합이란 큰 흐름에 편입되지 않은 김문수, 조원진, 뒤에서 얼굴 찌푸리고 있는 유승민 등을 보수·중도 통합이라는 큰 틀에 끌어들이느냐는 것”이라며 “정치경력 13개월의 초년생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무대에 오른 셈”이라고 우려를 담아 지켜봐야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진보논객으로 통하는 류재일 정치평론가는 ‘공천’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선언’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의 통합당은 완전하고 깨끗한 통합이 아닌 정치적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정작 통합을 통해 뭘 하겠느냐는 질문에 실체 없는 ‘정권심판론’만 내놓고 있다”고 평했다.
아울러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통합만이 아닌, 미사여구로만 꾸며진 실체 없는 허상이 아닌 디테일(내용)을 빠른 시간이 갖춰야한다”며 “정당민주주의, 금융·산업정책의 혁신 등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정치의 기본을 분명히 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크게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적은 비단 외부에서만 이뤄지진 않았다. 이날 통합당 최고위원에 임명된 김영환 의원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진중권 교수는, 왜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은 빼고’라고 말하면서 ‘미래통합당을 찍으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찍을 만한 야당, 대안세력이 없다는 국민의 절절한 요구에 응할 책임이 있다”고 직언했다.
이어 “왜 우리는 서민의 정당이 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늘 보수·중도·진보에 얽매여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외연의 확장을 고민해야한다. 국민정당이 돼야한다”면서 “통합당은 그런 목소리를 내고 그런 정책을 반영하고 당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개혁세력을 모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겸손한 정당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2012년 2월 13일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이 의결됐던 날이다. 그때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은 굉장히 생소한 색깔과 당명, 바뀐 정강정책에 때로는 비난을 보내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2달 뒤 믿기 어려운 승리를 만들어냈다. 바로 변화와 혁신의 힘”이라며 “헌신과 혁신이 결합될 때 어떤 선거든지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나아가 “헌신은 나라를 위해, 당을 위해 수고했지만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용기를 뜻하고, 혁신은 그 선배들의 뛰어난 성과에 억눌리지 않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용기”라고 정의하며 “이 헌신과 혁신이 진정성 있게 이뤄졌을 때 국민들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쇄신’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진정성 없는 자리싸움이나 공허한 구호에 그칠 때 국민들은 ‘쇄신’이 아닌 ‘세신’이라고 조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17일 출범식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재야의 옛 친이(친이명박)계 및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옛 안철수계 일부 인사들, 몇몇 청년정당 등이 한 지붕 아래에 모여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을 위해 출범했다고 선언했다.
상징색은 ‘해피 핑크’로, 통합당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유전자(DNA)가 담긴 피 한 방울이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에 섞인 색이자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색깔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상징표어는 ‘하나 된 자유대한민국의 힘’으로, 당의 문양은 자유대한민국의 DNA가 국민가슴에 모여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당을 향한 여타 정치세력들의 시선은 시작부터 곱지 않았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제1야당엔 새 인물도 새 비전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자유한국당은 며칠 새 정당을 2개나 만드는 역대급 창당 비즈니스에만 열중했다”며 “보수의 미래를 향한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반복적으로 새 정당을 만들며 국민의 시선을 끌기보다는 당원도, 강령도, 사무실도 없는 사실상 ‘3무(無)’ 가짜 정당 미래한국당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사라져버린 보수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최소한의 기대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조금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면서 “탄핵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하한다. 어떤 쇄신과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잘하길 기원한다”고 비꼬았다.
여기에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미래통합당의 출범은 도로 새누리당으로 과거 회귀하는 퇴행에 불과하다”고 단정적으로 비난했고,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건전한 보수는 바람직하지만 ‘박근혜 탄핵’의 원죄를 어떻게 씻어낼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닐 것”이라고 우려 섞인 경고성 논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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