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3일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통보를 받은 네팔 아기가 의료봉사를 온 한국 의사와 기적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지난해 12월 4일 아침, 네팔에서 태어난 신생아 ‘쓰리전(Srijan, 남)’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한 달 내 2명 중 1명이 사망한다는 선천성 심장병 ‘대혈관 전위’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의료 수준이 낮은 네팔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한 달을 버텼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쓰리전의 부모는 때마침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이 1월 11일 카트만두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트만두에서 약 70km 떨어진 처우따라(Chautara)에 살고 있던 쓰리전의 부모는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쓰리전을 안고 한 줄기 빛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향했다.
쓰리전을 진료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은 쓰리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1분 1초라도 빨리 한국으로 데려가 수술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쓰리전을 살리기 위한 긴급 이송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쓰리전이 앓고 있던 대혈관 전위는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폐동맥과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의 위치가 선천적으로 뒤바뀌어 있어, 피를 통해 온몸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선천성 심장 질환이다.
쓰리전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심부전 증상이 심해져 숨 쉬는 것을 더욱 힘들어했고, 심장이 제대로 피를 내보내지 못해 생기는 청색증 때문에 피부가 파랗게 변해갔다.
네팔에서는 바로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10%밖에 되지 않았다. 인도에 가서 수술을 받으면 그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치료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쓰리전의 가족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네팔 카트만두에서 쓰리전을 진료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 김영휘 교수(소아심장과)는 “피부가 파랗게 변한 쓰리전의 심장을 초음파로 검사하자마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받는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로 한국에 있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했고, 윤 교수는 네팔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수술이 가능하니 최대한 빨리 쓰리전을 한국으로 데려오라는 답변을 보냈다.
서울아산병원은 쓰리전을 한국에서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고, 현지에 있던 해외의료봉사팀은 쓰리전 가족의 여권, 비자 발급 등의 행정 절차를 15일 만에 완료해 1월 26일 쓰리전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1월 29일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팀은 쓰리전의 바뀐 혈관 위치를 제자리로 돌리는 동맥치환술과 심실 사이에 있던 구멍을 복원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쓰리전은 순조로운 수술 경과를 보이며 수술 19일 후인 2월 17일 무사히 퇴원하여 고국으로 돌아갔다.
쓰리전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는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쳐 수술이 쉽지는 않았지만, 쓰리전의 심장이 약 두 달간 잘 버텨준 덕에 잘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쓰리전의 엄마 쓰리저너(Srijana) 씨는 “6년을 기다린 첫 아이였는데 쓰리전이 선천성 심장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정말 절망했다”며, “그때 기적적으로 나타나 쓰리전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은 네팔, 몽골, 베트남 등 해외 의료 취약 지역을 직접 방문해 치료하는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올 한 해에만 총 8번의 해외 의료 봉사가 계획돼 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