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약물탐지로 여성폭력 막는다는 여가부…계획은 거창, 성과는 언제쯤?

AI·약물탐지로 여성폭력 막는다는 여가부…계획은 거창, 성과는 언제쯤?

지난해 추진 불구 기술 문제로 ‘흐지부지’

기사승인 2020-02-21 02: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정부가 여성폭력 방지 계획을 ‘재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비슷한 계획들을 새로이 내놓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일 제1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개최하고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을 담은 제1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위원회는 여가부를 필두로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을 비롯한 15개 부처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의결된 1차 기본계획의 골자는 ▲신종 여성폭력에 대한 대응력 제고 ▲여성폭력 예방·보호·처벌 시스템 내실화 ▲여성폭력 근절 정책 추진 강화 등이다. 기본계획은 오는 2024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기본계획에는 인공지능(AI)기술과 약물탐지 기술을 개발한다는 ‘낯익은’ 목표가 담겼다. AI기술은 타인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딥페이크’를 비롯해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성범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약물탐지기술의 경우, 섭취 시 중추신경이 억제돼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는 ‘GHB’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를 차단할 목적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여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AI기술과 약물탐지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다시말해 가시적 성과 없이 해마다 계획만 거듭 발표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과기정통부와 여가부는 온라인 성범죄에 대항하기 위한 AI기술 개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두 부처는 지난 1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AI기술을 접목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지난해 7월에는 진선미 전 여가부 장관이 ‘여가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업무에 AI를 시험 적용한다는 발표도 했다.

약물탐지기술 개발도 새로울 것이 없다. 지난해 행안부와 과기정통부는 약물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휴대용 탐지 키트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 4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클럽 내 약물 강간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두 부처는 약물탐지 키트를 위한 기술개발부터 현장 적용까지 전 단계에 걸쳐 목표를 추진한다고 공언했다.

여가부는 ‘이번에는 믿어달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권익증진국 권익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들을 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여가부와 과기정통부에서 개발해왔던 AI기술은 여가부에서 시험적용해본 결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다수 발견돼 실전 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험적용 이후로는 개발이 지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물탐지기술의 경우 경찰청과 함께 실용화 방안을 고민했다”면서도 “기술적 문제로 진행이 더뎠고, 이번에 기본계획 일환으로 다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초 AI기술과 약물탐지 기술 개발은 특정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거론된 것이며, 개별 부처가 추진해왔다”며 “올해부터는 여러 부처가 통합된 위원회가 추진을 총괄할 수 있고, 실행 기간도 5개년으로 설정해 지속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본계획은 이전에 수립됐던 목표들보다 추진력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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