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약국과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가 모바일 익명채팅방에서 수십만장씩 ‘암거래’되고 있다.
24일 ‘팔자만 올리세요’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100여명의 익명 거래자들이 참여해 있다. 채팅방에는 “KF94 마스크 대형 5매입 20만장 일괄판매 합니다. 무자료거래” “현금 거래, 오늘 바로 움직임, 수량 500만장” “청주/300만장/개당2380원/무자료” 등의 마스크 판매글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구매 희망자들은 “연락처 주세요” “카카오톡 아이디 알려주세요” 등의 답장을 보내며 구매를 시도한다. 일부 판매자는 ‘현물 인증샷’이라며 박스째 쌓여있는 마스크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현재 카카오톡에는 마스크·손소독제 대량 직거래를 알선하는 오픈채팅방이 다수 개설됐다. 판매자들은 1만장에서 최대 500만장에 달하는 규모의 물량을 일괄 거래로 제시한다. 거래 사실과 관련된 기록을 남기지 않는 ‘무자료 거래’가 기본 조건이다. 이를 위해 현금 계산과 직거래가 필수다. 오는 29일 마스크 8만장을 넘길 수 있다는 판매자에게 구매를 문의한 결과, 마스크의 출처는 국내 제조 공장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거래량이 신고되지 않는다는 확답이 돌아왔다.
이런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부터 보건용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기재부는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하는 물량을 5일 이상 보관하거나, 물량을 확보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판매하지 않는 행위를 매점매석으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이어 12일 식약처도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다. 하루에 마스크 1만 개 또는 손 소독제 500개 이상 물량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업자를 대상으로 매일 정오까지 식약처에 거래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두 조치는 오는 4월30일까지 지속되며,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불법적인 암거래가 성행하는 상황에 약국가는 울분을 토한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은 “매점매석 금지 고시나 긴급수급조정조치 발동 이후에도 약국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특히 대구·경북 지역 회원 약사들은 정부로부터 공급 받은 물량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국 측에서는 최대한 많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분배하기 위해 1인 구매수량 제한까지 두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불법 경로로 한 번에 수십만 장이 거래되는 상황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식약처는 불법 거래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암거래를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명종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특수수사팀 총괄사무관은 “단속 체계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모든 암거래를 100% 색출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고센터 운영과 오프라인 거래처를 조사하는 인력 외에 별도로 사이버 조사단을 운영 중”이라며 “카카오톡을 비롯해 SNS 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거래를 모두 모니터링 하며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판매자와 업체 판매자 모두 정부 조치를 어긴다면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