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배성은‧신민경‧임중권‧한전진 기자=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크게 늘고, 감염 환자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에도 비상에 걸렸다. 일부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기업들은 회사 건물을 비우고 방역을 실시했으며 일부 공장은 멈추기도 했다. 또 임직원 재택근무, 자율출퇴근 운영, 출장 자제,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의 조치를 취했고, 행사나 회식,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잔 환자 나온 기업 방역은 기본…자가격리, 재택근무 권장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기업들은 해당 사업장이나 사옥을 전면 폐쇄하고 즉각적인 방역을 실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잔 환자가 나온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직원들에게 삼성전자 코로나19 비상드응 태스크포스(TF) 명의 긴급공지를 통해 환자 발생 소식을 알리고, 질병관리본부와의 협조를 통해 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와 검사, 정밀 방역 등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SK하이닉스는 신입사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확인된 후 8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검사 결과 해당 직원들은 음성으로 판정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23일자로 포항공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5일까지 사무동을 폐쇄하고 철저한 방역을 실시했다. 이어 해당 직원과 접촉한 직원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실시했다.
대한항공은 25일 객실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당일 오후부터 인천승무원브리핑실(IOC)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전면 방역을 실시 중이다. 또 대한항공은 철저한 기내 방역, 주요 사업장 열화상 카메라 운용, 코로나19 의심 승무원 자가격리 조치 등 선제적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존 인천승무원브리핑실에서 진행하던 운항‧객실승무원 합동 브리핑을 항공기 옆에서 진행하는 등 감염 확산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LS그룹도 계열사 직원이 코로나19 지난 23일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파악한 뒤 25일 LG타워 출입을 통제하고 정밀 방역을 실시했으며, 그룹 임직원들에게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명령하기도 했다.
LS타워와 인접한 아모레퍼시픽도 25일 오전 용산 사옥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금일 출근한 뒤 회사로부터 사옥 폐쇄 일정을 공유받았다. 또 재택근무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출근했던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재택근무 시점은 오늘 하루라고 공지가 된 상태다. 재개 시점은 아직 정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들 상황 예의주시, 임직원 안전‧건강 최우선
이처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국에서 증가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선제적인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25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임직원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강화하고 있다”며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플렉시블 출퇴근제’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산부 직원의 경우 필요기간 동안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했고, 유치원‧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자녀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가 필요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LG그룹은 재택근무 기간 중 근태는 정상근무 인정 또는 공가(유급휴가) 부여를 통해 임직원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출퇴근 혼잡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 8시간 근무를 하되 출퇴근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플렉시블 출퇴근제’를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모든 사업장에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고, 임직원들의 사업장간 출장도 금지시켰다. 특히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되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제작한 자가진단 모바일 앱(APP)을 임직원에게 배포해, 발열, 기침 등 건강이상이나 확진자 또는 의심자 접촉 여부 등을 1일 1회 필수 입력하도록 했다.
SK그룹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25일부터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 SK그룹 측은 “(재택근무는) 필수인원을 제외한 전 구성원이 대상이며, 구체적인 시행기간 및 세부 운영방안 등은 각 관계사별 자체적으로 정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24일 공지했다. 대상 계열사는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네트웍스, SK실트론 등으로, 회사별 상황에 맞게 1~2주 동안 시행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울산공장에 이어 서울 양재동 본사도 외부인 출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직원들이 본사에 출입할 때 체온 체크와 함께 사원증 검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지난주부터 양재동 본사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하고 담당 직원이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출퇴근 시간 조정과 재택근무 시행 여부 검토에 돌입했다. 우선 ㈜한화 구미사업장의 경우 대구 등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에게는 3월1일까지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했으며, 그 외 사업장은 검토 중이다. 또한 한화그룹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확진자와 동선이 유관한 경우 자가격리와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행동수칙을 전달했고, 임직원들의 출장도 자제하도록 조치했다.
삼성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임직원들 안전과 건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관련 내용을 삼성전자 ‘코로나19 비상대응 TF’를 통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삼성SDI의 경우 사업장 간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고, 구미사업장과 울산사업장은 출장 외근을 금지하도록 했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 현장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고,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 방문자 이력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심각 단계격상 직후 ▲임직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영업직 본사 직원 포함) ▲본사 부서간 이동 최소화 ▲회의 지양 ▲국내외 출장 전면금지 ▲집합교육 중단 ▲동호회 및 회식 금지 ▲외부인 본사 출입 지양 등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다음 달부터 4월까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7일 한도의 무급휴가(힐링휴가) 신청을 권고했고, 임원진들이 급여를 10%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그룹도 롯데와 같은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이마트와 SSG닷컴 직원 중 임산부에 대해서는 2주간 재택 근무를 지시한 상태다.
면세업계 단축영업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6시30분으로 2시간30분 단축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명동점·강남점·부산점 영업 마감시간을 2시간씩 앞당겼으며,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도 개장을 기존보다 30분 늦추고 마감시간은 2시간 앞당겨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적극 나서는 기업들
한국조선해양 등 현대중공업그룹도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체크를 실시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 견학과 일반업무 방문객에 대한 전면 출입 통제 조치, 전 직원 마스크 지급‧착용 의무화, 사업장 내 특별방역 주기 단축 및 확대 실시, 부서별 개인 건강 일일체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를 심각 단계로 인식하고 출장 최소화, 인구밀집지역 경유 금지, 사내외 휴양시설과 후생시설 임시휴관 등의 선제적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어 24일부터는 대구 거주자와 방문자에 대해서는 확진 환자와 동선이 일치하면 재택근무 실시하도록 했다.
현대오일뱅크도 26일부터 서울사무소와 전국 지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유연화를 시행한다. 출근의 경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퇴근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점심시간에도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했으며, 전체 임산부 직원들 대상으로 3월6일가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주요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 공백 최소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상황별 재택근무 조치가 취해진 SK텔레콤 측은 “이미 VDI 클라우드 환경, 개인 노트북 사용 등을 통해 모든 직원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 및 솔루션을 완비하고 있어 업무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대리점과 고객센터 등 고객 접점을 비롯해 네트워크 관리 등 사무실 근무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인력 역시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하되 교대근무 조정 및 백업체계 마련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그룹 차원에서 실시되는 코로나19 대책에 더해 회사 상화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서는 재택근무가 원칙이다. 또 네트워크 운영기술직이 사무실 출근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필수인원 외에는 모두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는 임산부는 물론 자녀를 둔 임직원들의 경우 필요한 경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출근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를 운영하는 기존의 ‘시차출퇴근제’를 본인이 조절해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재택근무 시행을 이미 실시해 온 KT의 경우 감기 증상 있는 직원들은 유급병가 처리를 기본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카카오는 기업 특성에 맞게 카카오톡과 아지트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활용해 원격으로 업무가 가능하도록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측은 “국가 위기 상황에 국민들을 연결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카카오톡, 다음과 같은 IT 서비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만큼 서비스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원격 근무에 대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조치로 카카오는 본인이나 동거자가 중국 홍콩 등 코로나19 환자 발생한 국가로 출장을 다녀온 경우 회사에 신고하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출장과 외근을 자제하고 컨퍼런스콜로 대체하도록 했으며, 회식 금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도 시행 중이다.
네이버는 전사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24일부터 가동했다. 앞서 이달 3일부터 임산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고, 영아나 노부모를 돌보는 직원들에게도 필요시 절차에 따라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또 이달 말까지 외부인 출입이 많은 네이버 본사 2층과 카페&스토어와 라이브러리를 임시 폐쇄했다.
패션‧뷰티업계도 코로나19 예방에 팔을 걷었다. 생활문화기업 LF는 내부 지침에 따라 24일부터 외부인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고, LG광화문빌딩에 입주해 있는 LG생활건강도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쿠팡,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쿠팡의 경우 잠실 사옥 전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했으며, 5일가량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위메프는 24일 오후 4시부터 일주일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재택근무 불가 인력에 대해선 교대근무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최대한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도록 했다. 이베이코리아도 직원들에 메일을 통해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11번가는 대구 경북 지역 방문 경험이 있는 직원들에 재택근무를 권하고 외부 미팅도 최대한 자제하도록 공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외부 공용 시설인 1~3층까지 운영을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지역 감염이 최고 위험 수준에 도달,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운영 재개 시점은 차후 공지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업계 역시 외부인 본사 출입 금지와 사무실내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을 의무화했다. CU 등 편의점 업계는 매장 점주와 아르바이트 인원을 대상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손세척제 상시 사용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