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죠. 큰일 났습니다."
2일 기자가 둘러본 서울시내 대리점들은 이같이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기자가 상담을 받았던 대리점 매장들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도 대체로 한두 명 정도일 뿐이었다. 그나마도 새로 가입을 위해 온 고객이라기 보다는 기존 고객인 경우가 많았다.
사당 인근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 직원은 "코로나 때문에 체감상 손님이 절반 정도는 줄은 것 같다"며 "건물에 세를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통신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2월 중순경만 해도 5G 가입자가 예년의 80% 수준으로 줄었다고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대구 경북에서 확진자가 줄지어 나오고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오른 이후부터 대리점들은 체감하는 고객 수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더욱 줄었다고 호소했다.
대리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면서 갤럭시S20 시리즈를 아예 꺼내놓지 않은 매장도 많았다. 갤럭시S20과 갤럭시S20플러스, 갤럭시S20 울트라까지 모은 체험존을 마련한 매장은 일부에 불과했다. 무게가 비슷한 모조 제품만 늘어놓은 매장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매장의 점주는 갤럭시S20 휴대폰 체험을 부탁하자 난감해하며 "들어온 물량은 있지만 뜯어놓지 않았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한 매장의 매니저는 "갤럭시 S20 울트라는 현재 재고가 없다"며 자신의 개통한 휴대폰을 살펴보라고 건넸다.
각 대리점들은 자사의 단독 컬러를 주로 강조했다. 각 대리점별로 SK텔레콤은 아우라 블루, KT는 아우라 레드(이상 갤럭시S20+),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 핑크 컬러를 내세우고 있다. 통신사의 자사 '컬러 마케팅'은 대리점들의 적극적인 영업 덕분임을 알 수 있었다. 앞서 SK텔레콤은 자료를 통해 갤럭시S20 모델의 40%, KT는 35%, LG유플러스는 35%가 자사 컬러 모델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S20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20만원 수준으로 50만원대까지 올라갔던 전년에 비해 매우 적은 상황이다. 대리점들은 이에 따라 주로 25% 약정할인을 제시했다. 약정할인이란 2년 약정하면 요금의 25%를 할인받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과 함께 통신사를 옮기는 경우 2~3회선 추가할인, 인터넷과 TV까지 묶을 경우 추가할인, 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카드를 쓸 경우 추가할인 등을 제시했다.
특히 같은 통신사에서 새 휴대폰을 개통하는 기기변경보다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의 경우 더 혜택이 컸다. 대리점들은 타사 약정이 남았을 경우 위약금을 대신 내 준다고 했고 현금이나 상품권, 사은품 등을 포함해 약 40~50만원의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갤럭시S20 시리즈 자체가 5G 요금제만을 제시하고 있어 기본 통신금액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러다보니 상담을 하고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 중인 한 고객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다"며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실제로 갤럭시S20 시리즈의 개통 물량은 갤럭시S10 대비 절반 수준이며, 갤럭시노트10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첫 개통일인 27일 기준 개통량은 약 7만800대로 전작인 갤럭시S10 시리즈(14만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모습이다. 갤럭시노트10은 약 22만대 수준이었다.
대리점은 고객이 줄은 여파에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드나드는 손님이 적다 보니 대리점 직원들은 자주 밖을 드나들며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여파를 우려해 위생은 대부분 잘 지켜지는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대리점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 소독제를 덧바르며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편 대리점 방문 고객이 줄고 대리점의 영업난이 계속되는 와중에 통신사 본사들은 일제히 대리점 돕기에 나섰다. KT는 전국 2500여개 대리점의 월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가 심한 대구 경북 지역은 50%, 나머지 지역은 30%를 지원하며 총 50억원 수준이다. LG유플러스도 전국 2000여개 매장에 대리점 운영자금 2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한 매장당 100~15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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