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두 외국계은행이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사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적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 두 외국계은행은 외환유출에 있어서는 국내 금융사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과 국책은행, 지방은행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금융지원을 비롯해 마스크나 후원금 전달 등 다양한 조력을 하고 있지만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은행 차원에서 별다른 행동을 취한 바가 없다.
그나마 수원시와 용인시 두 지자체가 진행한 중소기업 대상 코로나19 지원 업무협약(MOU)에 각각 씨티은행과 제일은행이 참가한 정도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두 외국계은행들은 이전부터 사회공헌 활동에는 인색하지만, 거액의 배당금을 꾸준히 본사로 송금하는 모습을 보이며 돈벌이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각 은행 3분기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2956억원을 달성했으며 SC제일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545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들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64.2%, 26.7%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들이 벌어들인 돈은 해외로 송금됐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중간배당으로 8116억원, 결산배당으로 1225억원을 집행했으며, 지난달 13일 1145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SC제일은행도 마찬가지로 2018년 1120억원의 결산배당과, 2019년 초 5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결정해 총 612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최대주주는 영국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과 미국 스탠다드차티드 NEA로, 두 모그룹은 각각 99.98%, 100%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배당금들은 이들 은행의 주인인 해외 그룹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은행들은 본사가 해외에 있다보니 국내 시중은행들보다 금융당국의 영향을 덜 받는다”라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은행들보다 ‘눈치’를 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인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본부장은 “제일은행의 경우 본사(스탠다드차티드 NEA)가 그룹사 산하에서 필요한 사소한 비용들까지 모두 관리한다”라며 “본사가 현지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예산을 책정해서 내려주기 때문에 은행 차원에서 국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는 타 외국계은행도 비슷할 상황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제때 나서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 계획에 대해 “영업 피해나 경영 애로가 확인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각 지자체와 협의해 보증서대출 신규 및 상환유예, 만기연장 등 정부 및 당국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자세한 지원내역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도 “코로나19 지원 계획 상세 방안은 각 부서별로 확인 요청을 진행했으며, 2일이나 3일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코로나19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씨티은행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및 중소수출입기업 차주에 대해 특별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소외계층 예방 물품 지원 및 대구·경북 의료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SC제일은행은 3일부터 5일까지 피해 집중 지역과 사회 취약계층에 지원할 물품 구입을 위한 임직원 기부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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