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와신상담 이성희 농협회장, 친정체제 구축 나서...금융지주 회장 연임 '빨간불'

4년 와신상담 이성희 농협회장, 친정체제 구축 나서...금융지주 회장 연임 '빨간불'

김병원 전 회장 잔재 지우기...이대훈 은행장 등 임원진 대거 사임

기사승인 2020-03-04 05:00:00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섰다. 이 회장은 범농협 대표이사급 임원 7명이 ‘자천타천’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빈자리에 자신과 손발을 맞출 사람들을 빠르게 채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농협 내외부에서는 이번 대표이사들의 일괄 사표제출에 따라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향한 용퇴 압박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농협에 따르면 지난 2일 허식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협경제대표이사, 이대훈 농협은행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학교 총장 등 7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농협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원들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협 내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취임과 함께 기존 임원진들이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적극적인 연임 의사를 나타내며 농협은행장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이 행장의 경우 연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으며,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와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사표를 제출했지만 유임하게 된 점을 볼 때 이번 인사에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회장이 농협에서 김병원 전 회장의 잔재를 지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러난 이들이 이 회장과 경쟁관계였던 김 전 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임원진들의 교체가 대폭 단행됐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과 김병원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제23대 농협회장 선거에서 경쟁하던 관계로, 지난 1월 실시된 27대 회장 선거에서도 이 회장은 김 전 회장이 지지한 유남영 후보와 끝까지 대결을 펼쳐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한편 이번 농협 임원진의 대거 사임에 따라 내달 임기가 종료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도 불투명해 졌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하고, 이대훈 행장의 연임을 통해 농협에 실적 중심 인사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기존 전통을 깨고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행장마저 이번 인사태풍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도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에 물러나시는 분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농협에서 활동해온 분들로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물러난 것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했다”면서도 “신임 회장의 인사권을 보장하기 위해 과거에도 일괄사표가 수리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