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키코(KIKO) 배상문제를 놓고 민간은행과 국책은행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의 배상 권고를 거부한 반면 민간은행들은 이를 수용하거나 조건부 수용, 결정을 연기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통해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배상을 권고받은 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씨티은행 등 총 6곳 이다.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상금을 통보받았으며, 뒤이어 우리은행(42억원), 산업은행(28억원), 하나은행(18억원), 대구은행(11억원), 씨티은행(6억원) 순이다. 총 배상금 규모는 255억원이다.
6곳의 은행 가운데 현재 금감원 배상권고가 담긴 조정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13일 피해기업 중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27일 배상을 완료했다.
민간 은행 가운데 금감원의 조정안을 거부한 은행도 있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3월 4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배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씨티은행은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융당국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기존 판결에 비춰 합당한 수준의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이 조정안을 통해 배상을 권고한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채무탕감 등으로 충분히 배상이 이루진 만큼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만 배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조건부 수용’으로 해설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이정도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하나은행과 대구은행, 신한은행은 결론을 못 내리고 검토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금감원에 3번째 요청했다. 이는 수용이나 불수용을 결정 내리기 쉽지 않은 은행들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민간 은행들이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를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산업은행은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통보했다. 6곳의 은행 가운데 완전한 거부 의사를 밝힌 곳은 산업은행 뿐이다. 법무법인 등의 의견 등을 고려해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이 이처럼 금감원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배경이 국책은행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자금 지원이나 산업 구조조정을 두고 청와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금감원의 영향력에서 민간은행보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반응이다.
특히 두 기관의 수장은 모두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로, 서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 오히려 현 산업은행 회장의 경우 친정권 인사로, 정부와의 교감에서 금감원장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차이에 내심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금감원의 눈치를 안보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지만, 일반 은행은 금감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민간은행과 국책은행이 같을 수 있게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금감원 배상 조정안 불수용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키코 공대위는 6일 “환율상승예측을 숨기고 오버헤지를 저지른 것에 대한 명백한 불법행위를 지적한 금감원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산업은행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책(은행)인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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