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멈춰버리다...규제가 발목 붙잡다 

타다 멈춰버리다...규제가 발목 붙잡다 

타다가 외친 혁신, 결국 업계에 설득 못해...타다 이용 소비자들은 '반발'

기사승인 2020-03-10 04:10: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지난 7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타다는 멈추어 서게 됐다.

개정안은 택시와 렌터카 등에 다양한 모빌리티 업체의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34조2항에서 운전사가 딸린 렌터카 사업을 공항에서만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한정하며 타다의 서비스 형태를 사실상 막아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170만 고객이 이용하던 타다는 법적 기반을 잃어 결국 영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됐다. 타다는 일반 택시보다 다소 비싼 요금을 내지만 11인승 렌터카와 '승객에게 말걸지 않기', '차내 쾌적함 유지하기' 등 고객 지향 서비스로 기존 택시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세를 불려왔다.  

◇ 타다, 결국 멈춘다...이재웅·박재욱 대표, 억울한 마음 SNS로 드러내 

타다는 지난달 19일만 해도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박재욱 대표에 대한 법원의 합법 판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바 있다. 그러나 계류되어 있던 여객법 개정안이 지난 5일 법제사법위원회와 7일 국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다만 타다는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갖고 있다. 

지난 19일 법원은 타다 서비스를 다인승 콜택시 영업으로 본 검찰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예약을 통한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로 보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최적화된 이동 수단 제공을 추구하는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인정해 주며 사실상 타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낭보를 받자 타다 측에서도 팔벌려 환영했다. 적어도 현재 법적인 차원에서는 타다의 적법성이 확인된 셈이었다. 

그러나 국회가 5일 법사위에서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타다 측은 SNS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타다에 고용된 1만2000명의 드라이버와 170만명의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읍소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박재욱 VCNC 대표는 국회가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타다 서비스를 처음 만들었던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는 여러 차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이재웅 대표는 "도와주었던 스타트업 동료들, 드라이버들,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타다는 서비스를 접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타다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타다 고객들에게 공지를 통해 주요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이번 개정법안 공포 후 1개월 내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령자와 장애인을 위해 운영되던 타다 어시스트는 운행을 바로 중단했다. 

또한 타다는 이번주 출근을 앞두고 있던 신입 직원들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타다는 개정안 통과로 기존 인력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타다 드라이버들에게 복지형태로 약속했던 '타다 파트너케어'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다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이라도 대통령이 이의가 있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국회가 통과시킨 '택시법'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 경쟁 모빌리티업계, 여객법 개정안 적극 옹호... 타다의 혁신 설득 못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한동안 잊혀진 것 같았던 타다금지법의 통과에는 경쟁 모빌리티 업체들의 목소리가 한몫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플랫폼 7개 기업은 지난 29일 첫 성명에 이어 3일 추가성명을 내고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개정안이 타다를 멈춰세우는 법이 아니며, 타다도 테두리 안에서 사업할 수 있게 하는 불확실성을 거둬주는 법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타다도 합법적 사업자로서 법적 토대 위에서 사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다.

모빌리티 7개 기업은 "여객법 개정안은 타다를 포함한 각계각층이 함께 도출해낸 법안"이라며 "택시업계,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전문가 그룹과 소비자 단체까지 참여한 실무기구가 출범했으며, 법안 준비를 위한 회의가 수차례 개최됐다"며 개정안내용과 절차의 합법성을 주장했다.

특히 여객법 개정안은 차의 크기와 연료 구분을 하지 않고, 렌터카도 제대로 된 여객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어 택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규제완화책이라고 봤다.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벌이는 모빌리티 업계에는 최소한의 사업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모빌리티 업계는 개정안이 계류되면서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사업의 확장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7개 기업은 "투자자는 현재와 같은 모빌리티 환경에 확신이 없다"며 "타다 관련 기소가 최종심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렌터카로 운송서비스를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여전히 취약한 법적 근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했다.

타다와 경쟁사인 모빌리티업계는 승합차를 운영하는 타다와 달리 주로 택시면허를 사서 모빌리티 업계에 뛰어든 만큼 타다와 이해관계를 달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타다로 인해 영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타다는 그동안 11인승 렌터카를 이용한 사업으로 기존의 택시 시장과 다른, 별도의 의미가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며, 이 때문에 일각에서처럼 택시면허를 사라는 주장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타다는 이처럼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꾸며 '혁신'임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타다를 멈춰 세우는 법은 미래를 멈춰 세우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가 스스로 타다금지법을 요청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타다는 자사 사업의 혁신성을 모빌리티 업계에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 타다금지법 전 우버금지법, 카풀금지법...국회 문턱 못 넘다 

타다금지법 이전에도 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러 금지된 서비스들이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가 들어왔을 때, 그리고 카카오가 카풀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다. 

2013년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처음 국내시장에 들어왔을 때도 타다와 같은 우여곡절을 빚었다. 검찰은 지난 2014년 12월 우버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우버는 2015년 3월 우버엑스를 철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버는 카카오T와 같은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콜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도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카카오 카풀'을 실시하고자 준비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총궐기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카카오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출퇴근시 2시간만 카풀을 운행하는 법이 통과됐으나 영업시간이 너무 적어 사실상 카풀의 사업성은 말살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모빌리티 관련 규제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민들의 입장은 배제한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그들만의 싸움'이 지속되어 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계속 배제함으로써 기존 택시사업자들만 지키게 되는 결과만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타다 금지 이후 모빌리티 업계가 타다처럼 고객이 만족할 만한 획기적인 서비스를 실시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여객법 개정안으로 개인 또는 법인톡시와 연동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활성화될 전망이지만, 택시 총량에 따라 공급이 결정되는 한계 때문에 택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택시 기사들이 위협적으로 느꼈던 타다가 없어져 경쟁이 줄어든 만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유인이 없어진 것만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이 기존 택시면허를 운용하는 서비스 속에서 타다만큼의 호응을 불러오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장 타다의 서비스에 만족해 왔던 시민들은 타다금지법의 통과에 반발하고 있다. 주요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을 보면 "타다 좋은데 없애지 말아 달라"거나 "불친절한 택시 타기 싫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단 한 시민은 "1997년쯤으로 돌아가서 우체국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이메일을 불법화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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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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