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100명 중 1명은 조현병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나왔다. 조현병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1%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대책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대구광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며 행패를 부렸던 신천지 교인 A씨(67세)가 조현병을 앓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인 A는 8일 오후 8시20분경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학교 기숙사 건물로 이송 중 입소를 거부하며 소란을 피웠다. 방역당국은 A씨를 대구의료원으로 다시 옮겼지만, 병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A씨가 간호사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1시간 가량 또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구시는 A씨가 10년 전 조현병 치료받은 병력을 확인했다. 남편은 A씨가 10년 전 조현병 치료를 받고,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다가 최근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현병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고 전했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 대책에 있어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대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선 대성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조현병 유병률이 1%인 것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진자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망상, 환청 등 증상을 보이는 급성기 환자들은 격리치료 등에 협조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정신적인 치료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치료과정 등이 쉽지 않은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에도 제약이 걸리고 있다. 박 원장은 "대남병원의 집단감염 사례 이후 입원시설을 가진 정신의료기관들은 환자를 받는데 방어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과 환자들의 경우 진술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일반 정신병원이 무턱대고 환자를 받기 쉽지 않다"라며 "공공병원이나 전담병원이 정신과 환자를 선별해 일반 정신의료기관에 분류해주는 등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조현병 병력을 가진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수용할 별도 수용 공간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현병을 앓거나 지금도 앓고 있는 분들 중에서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나올 경우 이 분들을 별도로 음압병동에 격리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병원 공간을 확보해야겠다고 판단했고 현재 병원들과 협의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조현병을 앓는 모든 환자를 특별치료공간에 격리할 필요는 없다며 환자 선별에 주의를 당부했다. 일부 중증 환자와 일상에서 관리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은 환자 개개인마다 증상 차이가 큰 질환이다. 조현병이라고 해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원 입원격리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배려이겠지만, 치료기회에 있어 차별이 될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경우 코호트 격리 조치가 시행됐지만, 열악한 치료환경 등으로 7명이 연이어 사망한 바 있다.
홍 교수는 "대남병원 사례에서 보듯 정신질환 환자만 따로 분리할 경우 자칫 치료가 늦어지거나 다른 서비스에서 배재되는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중증 환자와 경증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나치게 정신질환이라는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조현병 환자 A씨가 업무방해 및 폭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한 처벌 대상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형법에서는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심신미약자에 대해서는 감형하도록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중증 정신질환 상태에서의 범행은 책임 능력이 상실됐다고 보거나 일부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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