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동편제 맥을 잇는 송재영 명창은 천년의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판소리는 밥 먹듯이 늘 함께하는 삶 그 자체로 45년이란 세월동안 소리가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국악은 원형 그대로 천년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사무실서 만난 송 이사장에게서 소리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그는 “판소리는 한(恨)을 삭히기 위해 소리로 풀어내는 것이지만 정작 소리꾼은 모든 감정에 절제가 있어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송 이사장은 “소리는 사람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도리인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의 덕목이 바탕이 되고 있다”면서 “국악의 맥이 끊기지 않고 천년동안 원형 그대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전통을 이어져오던 대사습 역시 조선말엽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민족말살정책으로 중단됐다가 1975년 부활됐었다”며 “오래전 판소리엔 웅장한 깊이와 오묘함이 있었지만 지금의 판소리에는 모든 것을 걸었던 시대와 달리 사명감이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판소리는 원형대로 보존하고 창작은 창작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의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국악도 일부 마니아층만을 가지지만 전통이 바탕 되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20여 년 동안 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우리네 삶의 애환을 소리와 가락으로 풀어내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소리를 시작한 것은 16세부터이다. 화가를 꿈꾸며 예고에 진학했었지만 우리 소리에 전율을 느껴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면서 호방하고 남성적인 동편제 소리의 맥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송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우리 소리의 한(恨)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며 “뼛속 깊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흥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4일간 펼쳐질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해서 기대감을 내보였다.
송 이사장은 “대사습은 마상 궁술대회 예능분야에서 발달한 것이다”면서 “올해는 예로부터 대사습놀이가 열렸던 전라감영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대사습놀이에 대해 “농악·기악·무용·민요·가야금병창·시조·판소리·궁도·고법 등 분야에서 경합이 펼쳐지게 된다”며 “과거에는 심사 불공정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투명한 심사제도를 도입해 부정적 측면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송 이사장은 “한은 보이지 않는 엄마의 손맛으로 내면에 쌓여있는 것이다”면서 “앞으로 나만의 소리세계를 완성하고 대사습이 세계인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되고,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북 임실 출신으로 오정숙 명창의 동초제 적통을 이은 이일주 명창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지난 2003년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부문 장원(대통령상)에 올랐으며 판소리 네 바탕을 완성한 명창이다.
obliviat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