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전국이 마스크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찜통에 쪄서 살균을 하면 1회용 마스크를 최소 3회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북대 약대 박일영 교수는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커뮤니티와 충북대 약대 홈페이지 게시판, 그리고 지인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코로나-19 방어용 마스크를 안전하게 재사용하기 위한 살균방법에 관한 고찰'이라는 글을 올렸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미국 연구자들이 1회용 마스크 재사용에 관해 연구한 3건의 학술논문을 분석하고, 박 교수가 자체적으로 약식 실험을 거쳐 내놓은 제안이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마스크 사용은 1회용이 원칙이다. 그런데 신종 감염병 유행으로 당장 마스크 부족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10년 전 미국 연구자들도 했던 모양이다. 박 교수는 "국내 신천지 집단감염이 시작됐던 2~3주 전에 마스크 부족 문제가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방법을 생각하다 논문을 뒤져 비슷한 연구를 3건을 찾아냈다"며 "연구 결과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나라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을 마스크 재사용을 위한 소독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들은 N95 보건용 마스크에 자외선 살균, 에틸렌옥사이드 살균, 과산화수소 기체 살균, 전자렌지(microwave) 살균, 염소계 산화제 살균, 수증기 저온 살균 등 다양한 살균 방법을 적용했을 때 인플루엔자가 소멸하면서 미세입자 차단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지를 실험한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 가운데 일반 가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증기 저온 살균'에 주목했다.
논문 분석과 자체적인 약식 실험을 거친 결과, 박 교수는 KF80, KF94와 수술용 마스크 등 일회용 마스크들은 섭씨 100도 가까운 수증기에 20분간 쪄낸 후 자연건조 시키면 적어도 3회는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충분한 살균 효과뿐만 아니라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효율도 손상되지 않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수증기 저온 살균을 실험한 한 논문에서는 60도, 80%의 습도 공간에 마스크를 30분간 처리 후 건조하는 과정을 3회 반복한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처리하지 않은 마스크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또한 섭씨 65도의 물탱크 위의 포화 수증기 공간에 마스크를 20분간 처리한 결과, 마스크에 부착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살균되었으며, 미세입자 차단능력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된 논문도 소개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박 교수가 직접 KF80 마스크와 두 종류의 수술용 마스크들은 100도의 수증기에 20분간 노출한 실험에서도 마스크 필터의 외적 변형이 확인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수증기에 20분 노출한 마스크를 건조 후 각 층을 현미경으로 400배까지 관찰하였지만 처리하지 않은 것에 비하여 미세 구조의 변화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는) 찜통이나 깊은 냄비의 수증기로 살균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혹시 마스크에 묻어 있을 바이러스에의 노출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물이 끓고 있는 찜통 안의 망 위에 그냥 던져 넣었다가 뚜껑을 덮고 20분 후에 불을 끄고 꺼내어 털고 자연건조 시키면 된다"며 "소독이 된 후에는 마스크를 만져도 문제가 없다. 섭씨 60도의 수증기 살균을 3회까지 반복한 후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거의 변하지 않은 논문 결과로 보아 필요하다면 ‘찜통 살균 후 사용’을 2~3회 반복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2분가량 전자레인지를 돌려 살균하는 '전자레인지 살균법'도 살균효과가 있고, 미세필터의 변형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마스크 코 부위에 포함된 철사로 인한 전기 불꽃이 튀면 매우 위험하다. 화재 위험이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시된 소독용 에탄올을 뿌리거나 다리미 스팀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햇빛 소독도 각각 ▲소독제의 점착성 물질이 세균의 영양원이 될 수 있을 가능성 ▲다리미 스팀 살균의 불분명한 효과와 한계 ▲국내 자외선이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권장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실제로 마스크를 찜통에 찌는 방법으로 마스크를 두어번 재사용 해봤다. 미국 실험에서는 3번까지 수증기 살균을 했을 때 미세입자 차단 능력이 소실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하나의 마스크를 적어도 3번까지는 찜통 살균해 다시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100도에서 10분 정도면 사멸한다. 다만 코로나19에서는 조금 더 확실하게 살균하기 위해 20분까지 늘렸다. 다만, 약식 실험이고, 연구실에는 마스크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이겨냈으면 한다. 코로나19의 중요한 특징은 전파자가 크게 아프지 않거나 무증상일 때 감염이 된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방역도 쉽지 않다"며 "나를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이 중요하다.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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