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오는 7월 예정된 도쿄 올림픽의 향방이 안개 속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대회 취소, 혹은 연기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다카하시 하루유키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2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카하시 이사는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각국 언론들도 이를 받아 보도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물론 IOC와 조직위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개최 의지를 보였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하루유키 집행위원의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 발언에 대해 “현재로선 우리 일정을 바꿀 계획은 없다”며 “다카하시 위원과 얘기를 나눴고 그가 사과를 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개최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만 해도 다수의 국제 스포츠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도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상적으로 올림픽 일정을 진행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
또한 일본 내에서 올림픽 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 진다고 하더라도 올림픽 개최를 통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적인 종식 선언이 나오지 않은 한 소수의 보균자가 도심, 경기장 내에서 집단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일본 국민들도 등을 돌렸다. 지난 9일 NHK에 따르면 일본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45%에 달했다. 개최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에 그쳤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대회의 특성상 취소는 쉽지 않다. 개최국인 일본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물론, IOC 역시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WSJ는 미국 미디어 기업인 NBC유니버설의 케이블 방송사 컴캐스트가 도쿄올림픽의 미국 중계에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불했다고 설명하며 IOC 수입 중 73%가 중계권 판매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1~2년 연기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1년 내 단기간 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프로야구(MLB)나 미국 내셔널 풋볼리그(NFL) 등 다른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와 시기가 겹치면 그만큼 관심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데일리 스포츠 역시 “금전적 손해를 생각하면 취소되거나 가을에서 내년 봄까지 연기하는 방안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엄청난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미국의 경우 9월부터 미식축구 등 인기 프로스포츠가 개막한다. 방송국이 난색을 표할 것”이라며 1년 내 연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2년 뒤로 연기하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2022년엔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이 예정돼있다. 도쿄 올림픽까지 가세할 경우 관심도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 출전권을 얻은 선수들의 참가 자격 취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취소도 연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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