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연일 '구설'... 의료계 '부글부글'

박능후 장관 연일 '구설'... 의료계 '부글부글'

"의료진들 재고쌓아놓으려 한다"는 박능후...범의료계 반발 "현장과 동떨어진 망언, 장관 맞나"

기사승인 2020-03-14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빅5 병원도 일주일에 마스크 2개(의사 1인당) 줍니다. 의사들 단톡방은 난리가 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최대 실언이에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스크 망언'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례적인 마스크 부족사태에 각 병원마다 '마스크 재사용'을 논하는 상황에서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한 박 장관은 '의료진들이 방호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쏟고 있다'는 지적에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계에는 우선적으로 공급해서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리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이 발언이 실언이라는 지적을 받자 박 장관은 "본인(의료진)들이 더 많이 (방호복과 마스크 등 물품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응수했다.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은데, 의료진들이 재고를 쌓아두려는 목적으로 사실을 부풀렸다는 뉘앙스다.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의료현장은 부글부글 끓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의료진을 마치 이기적인 집단인 것처럼 호도하고,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날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불이 났다.

모 의료계 인사는 "의사들 단체 카톡방이 폭발할 지경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최대 실언"이라고 했다. 그는 "병원은 수술 건마다, 환자를 볼 때마다 갈아야해서 마스크 소모가 기본적으로 많지만 다들 아껴쓰려고 노력한다. 상황이 어려우니 자외선 소독기를 들여와 소독해서 쓴다는 곳도 있다"며 "정부의 고충을 알지만 너무나 심각한 실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를 통해 일주일 단위로 일선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박 장관의 발언 당시 정부 지급 마스크는 '구경도 못했다'고 했다. 의사회 등 배부 작업에서 시간이 걸려서다. 부족한 마스크를 아껴쓰고, 자외선 소독 등 재사용까지 모색했던 의료진들 입장에선 억울한 노릇이다.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는 "박 장관의 발언 당시 의료기관에선 마스크를 받아보지도 못했다. 최선을 다해 공급해주겠다고 하면 될 일을 의료진들을 마치 마스크 사재기 집단으로 매도하고 말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이겨내기에 부족한 리더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  앞서 상황을 전한 의료계 인사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병원엔 신청한 갯수의 80%만 들어왔다"고 했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대구·경북지역의 현실은 더 답답하다. 현재 대구에 자원봉사를 나가있는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박능후 장관 말처럼 마스크와 방호복을 쌓아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 상급종합병원도 필요한 양의 70~80%밖에 보급되지않는다"며 "현장에서는 갖은 고생을 하며 감내하는데 박 장관의 발언을 보니 힘이 빠진다"고 했다.

레벨D 수준의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최대 2시간만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실을 나오면 즉시 갈아입고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방호복이 넉넉하지 않아 의료진들이 몇시간 더 버티는 일이 허다하다. 방 부회장은 "평상시면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에 못 갈아입고 버티고 있다. 책임 실패는 물론이고, 수고하는 의료진에 위로하는 말을 못할 망정, 사기를 꺾고 파렴치한으로 몰고가는 장관이 장관으로서 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고 꼬집었다.

이날 범의료계에서도 박 장관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협의회)는 "바이러스 전쟁 현장을 왜곡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파면하고, 즉각적으로 교체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 협의회는 "장관의 망언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코로나19 확산의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 하였고, 중국인 입국 금지 관련 비판에 '겨울에는 모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것’라고 자화자찬하는 어이없는 발언으로 의료계를 아연실색하게 했다"며 "국가적 재난 탈출의 첨병이 되어야 할 장관이 잦은 설화(舌禍)로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무원 전체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의료인들에게 자괴감과 절망감을 안겨주었다"며 통탄했다. 이들은 박 장관이 "수박 겉핥기식 현장 점검을 통해서 그저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물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보고만 받았기에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고는 국회에 가서 적반하장식의 망발을 저지렀다"며 강도높게 지적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의료진을 모욕했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국가가 지정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모두 마스크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한 예로 대구의 코로나19 지정병원 중 한곳은 하루 사용되는 마스크양이 5600개이나 현장에 내려오는 마스크는 3000개뿐이다.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라고 호소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의료계에 '마스크를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리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한 발언한 데 대해 사과하라"며 "마스크와 보호장구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치료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의료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심각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까지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능후 장관에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묻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17건이나 올라왔다. 이 중 '박능후 장관을 파면하라'는 제목의 청원자는 "박능후 보건 복지부 장관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자진사퇴가 아니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하라"고 주장했다.이 청원은 박 장관을 규탄하는 청원 가운데 가장 많은 7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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