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29세·여)는 최근 신경과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수년 전부터 지속되던 두통 때문이다. 20대 초반 이후로 꾸준히 두통이 있었지만, 직장생활 시작 후 확연히 심해졌다. A씨는 "아플 땐 속이 울렁거리고 눈이 빠질 것처럼 아팠다. 두통이 오래됐긴 했지만 무섭기도 하고, 나이가 어린 데 머리 아픈 것으로 병원에 가기도 왠지 어색해서 미뤄뒀었다"고 했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편두통 환자들이 진단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심각한 질환임에도 치료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다.
16일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11개 대학병원에서 편두통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두통이 발생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명 중 1명에 그쳤으며, 환자 대부분이 일반의약품 두통약을 구매하거나 휴식, 한의원, 민간요법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두통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10.1년이 걸렸다.
통증의 강도와 삶의 질 저하도 심각했다. 환자들은 한 달에 평균 4일 이상은 두통으로 인해 학습이나 작업 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한 달에 하루정도는 통증이 심해 결석이나 결근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망치로 머리를 깨는 듯,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통’, ‘못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는 것 같은 통증’, ‘고문 당하는 느낌’ 이라고 답했으며,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통증’과 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하거나, 출산의 고통과 비슷한 강도의 통증을 느끼는 환자도 있었다.
편두통은 머리 혈관의 기능 이상으로 통증이 발작적,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뇌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세로토닌, 도파민, CGRP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편두통 유발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10~40대 젊은 나이에서 발병하는데, 편두통이 발생하면 심한 두통 증상과 함께 구역질, 어지럼증, 체함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며칠간 통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흔히 한 쪽 머리가 아픈 경우만 편두통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머리 전체에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CT나 MRI검사에서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나 진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편두통을 질병부담(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 2위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꼽았으며, 이는 우울증,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보다 앞선 순위에 해당된다. 특히 50대 미만(15세-49세)인구에서는 편두통이 질병부담 1위였다. 편두통으로 인한 의료 및 생산성 손실 비용은 미국에서만 연간 360억 달러(한화 약 42조원)으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통이 지속된다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편두통을 1년에 5회 미만으로 경험한다면 두통 시작 후 통증을 감소시키는 급성기 치료로 충분하다. 반면, 편두통 발작이 발생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거나, 중증도의 장애를 동반한 편두통을 한 달에 4~5일 이상 경험하는 환자에서는 예방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 편두통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치료환경도 한층 개선됐다.
조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자칫 만성편두통으로 발전해 환자의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편두통은 무엇보다도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편두통 환자들이 겪는 통증의 강도는 출산의 고통과 비슷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편두통이 중증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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