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달 말 풋옵션과 콜옵션이 부여된 사모채(10년물·총 1700억원)를 발행하면서 이른 바 풋옵션(지분매수 청구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의 풋옵션이란 기업이 자금조달과 같은 거래를 할 경우 거래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장래의 특정시점에 특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계약)을 의미합니다. 즉 풋백옵션이란 기업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때 정해진 날짜,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을 넣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풋옵션은 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기법으로 사용됩니다.
통상적으로 ▲인수 기업이 자금이 부족할 때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요구하거나 혹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 같은 옵션을 부여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장치로,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자금을 모집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가 간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약정가격보다 낮은 가격 때문에 풋백옵션이 발동되면 인수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큰 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큽니다.
◆ 부메랑이 된 ‘풋옵션 계약’…건실한 기업 금호아시아나 몰락 과정
풋옵션 계약에서 교훈으로 남는 사례는 바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입니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주당 2만6200원에 매입했습니다.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으로 이는 M&A(인수합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신한은행 등 17개 투자자들로부터 주당 2만 6262원씩 3조5000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집하면서 풋옵션(풋백옵션)을 부여받게 됩니다. 내용은 2009년 12월15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이하일 경우 차액만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주가가 반등하기는 커녕 하향세로 이어졌고,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1만원까지 추락해버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이 4조원에 이르렀고, 이는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자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후유증은 그룹 계열사 매각으로 이어졌습니다. 2009년 대우건설 매각에 이어 이듬해 대한통운을 재매각했고, 알짜 계열사로 불리던 금호타이어도 중국기업에 넘겨야 했습니다.
◆ 교보생명, 풋옵션 논란 진행형…두산중공업 리스크 가능성도
풋옵션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을 꼽자면 바로 교보생명입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7년과 2012년 상장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에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24%)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풋옵션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계약 내용은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IPO를 진행한다는 조건입니다. 만약 실행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이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주는 내용도 포함시켰습니다.
문제는 하지만 약속했던 IPO가 계약 만기년(2015년)을 훌쩍 넘어서면서 결국 재무적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계약 위반으로 지난 2018년 10월부터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현재 이 같은 갈등은 중재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교보생명으로서는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IPO를 추진해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 보험업종의 주가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추진을 한다고 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죠.
이밖에 두산중공업도 지난 2017년 5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풋옵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 4일부터 약 4998억원에 달하는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집니다. 만약 BW에 대한 상환 행사가 이뤄질 경우에는 자금조달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도는 ‘BBB- 부정적’으로 공모시장에서 자금 모집에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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