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전화처방 된다더니 대구 다녀온 사람만 해준다고 하네요. 마스크 구하기도 걱정입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환자들에게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등 직간접적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감염 불안에 병원 방문을 미루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꼭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마스크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각 병원의 의료자원과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된 가운데 항암·방사선 치료, 그리고 수술을 앞둔 중증 환자들사이에서도 치료에 피해가 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중증 환자들은 치료일정 변경 및 진료 거부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는 6세 아이의 어머니인 A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매번 치료를 해오던 서울의 모병원에서 예정됐던 항암치료를 해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의 말을 들었다. 대구경북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본관출입이 불가하다고 한다"는 사연을 올렸다. A씨는 "우리 아이는 확진자도, 확진자와 함께한 접촉자도 아니다. 그저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하는 내일을 장담 할수 없는 한 아이다. 제발 시기를 놓치지않고 긴급한 치료라도 받을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구 경북 지역 환자는 안 받아주거나 의학적 판단이 아닌 일방적으로 치료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치료가 생명인 항암, 방사선 및 수술 환자들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처방과 관련한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한시적으로 병원의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했다. 꾸준히 진료를 받던 환자들의 경우 다니던 병원 주치의를 통해 손쉽게 전화 처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 후 전화처방 기준이 병원 또는 의료진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으로 대형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보호자 A씨는 "병원 고객센터에 전화처방을 문의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없이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다시 물어보니 선생님은 전화처방이 된다고 하더라. 환자들을 무지 헷갈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다니던 병원에서는 집까지 거리가 멀거나 대구에 다녀온 사람만 전화처방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더라. 병원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도 잇따랐다. 병원에 방문하려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당뇨,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권고된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고령이 된 1형 당뇨 환자들에서 걱정이 많다. 이 환자들 절반 정도는 신장질환 합병증을 가지고 있어 2~3일에 한 번씩 투석을 받으러 계속 병원에 가야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못 구해서 병원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런 어려움으로 제 때 치료를 받지않고 며칠 더 버티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는 마스크 우선 공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특히 고령의 투석 환자들은 공적마스크를 사러 기다리기는 것이 어렵다. 지속적으로 병원에 가는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우선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실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코로나19 감염 불안으로 진료 시기를 미루는 환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만 병원에 남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가 의료전달체계에 맞게 제자리를 찾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들은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아침에 일찍와서 채혈만 하고 전화로 결과를 안내하고 있다. 환자들의 10%가량이 전화처방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당뇨나 고혈압,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섣불리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윤 교수는 "65세 이상 당뇨 환자들은 각별히 건강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당뇨 유병률이 전체의 10% 정도인데 당뇨가 있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30%로 세 배나 높다"며 "때문에 혈당 수치도 기존보다 두배로 자주 잴 것을 권한다. 수치 변동이 심하거나 증상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주치의와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 환자들은 적어도 주 3회는 계속 병원에 와야 하고,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동 중 감염 위험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이전에는 필요에 따라 환자들을 근처의 다른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급적 투석 병원 간 이동은 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투석 환자들도 코로나 노출이 의심된다면 바로 투석실로 가지 말고 선별진료소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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