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에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열린문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재차 나온다. 이번에는 유럽과 미국 등에 대한 입국금지 카드가 제기됐다.
19일(오전 10시 기준)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9만여명 잠정 집계됐다. 중국을 넘어선 수치다. 이날 중국에서 보고된 누적 확진자는 8만928명이다. 미국과 이란도 각각 확진자 7769명, 1만 7361명을 기록해 확산세가 거세다.
의료현장에서는 유럽발 입국금지 필요성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의료계는 중국발 입국금지 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이제 입국금지 카드가 ‘유럽’을 지목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정치나 경제에선 무엇이 옳은지 모르지만 의학적으로는 입국금지가 맞다. 지금 상태로는 걸러내지 못 한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유럽, 미국이다. 중국도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 경제 논리를 이야기하는 데 전세계가 굶어 죽나 걸려죽나 하는 상황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몇 명 이상 발생국에는 입국금지 기준을 세우고, 기술적으로 완전한 봉쇄가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을 2주 거쳤다면 받아준다든지, 2주간 자가 격리 하도록 수용 시설을 만든다든지 강화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정부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시작해 주소, 전화번호, 건강상태 자가진단 결과 등을 보건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별입국절차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내일 출국인 사람이 기침이 난다고 해서 보고하겠나. 순진한 생각이다. 현장에선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무증상 감염이 있기 때문에 공항 검역에서 걸러질 수 없다. 증상 신고나 능동감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입국절차가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벌써 한 달 전부터 중국 입국자를 특별절차를 진행해왔다. 과연 이 정책이 효과가 있었느냐. 당사자가 신고 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방역당국은 여태까지 관리대상 중 몇 명이 신고했고, 확진자가 어느 정도였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다른 나라가 하는 것만큼은 (입국제한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총 170개국이다. 중국도 후베이성을 비롯한 25개 성·시에서 한국발 여행객을 격리 중이다. 전 교수는 “전 세계가 다 막고 있는 데 우리만 열어두고 있다. 안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고생인데 바깥의 위험요인은 그대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며 “애초에 중국을 막았다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5부제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약국마다 줄을 장사진을 치고 있는데 딱한 일이다. 약국 만아니라 읍면동 주민센터와 통반장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작은 단위로 나눠 기저질환자들 우선순위로 나눠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 교수도 “아픈 사람들이 다 약국에 가서 줄을 서고 있다. 17세 소년도 약국 앞에서 비를 맞고 사망했다. 그런 일이 하나만 있겠나. 동사무소의 통반장들이 지역 내 65세 이상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나가서 줄을 서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