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두 달을 넘겼다. 비교적 이르게 확산해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나라에 오르기도 했으며, 누적 검사 횟수만 31만여건에 이른다. 의료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발빠르게 분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던 35세 여성이 국내 첫 확진자로 확인된 이후 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해 이날 기준 8652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방역 특징은 국외 유입 차단을 최소화한 점, 그리고 대량의 진단검사로 꼽힌다. 특히 신천지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완료했으며, 요양시설 등 고위험군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행 중이다. 이날 기준 누적 검사 횟수는 31만6664건이다.
학계에서는 한국의 임상 데이터들이 코로나19의 실체를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전국민의 진료정보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록되는 의료시스템을 가졌다. 이 정보를 특정 그룹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등과 대조하면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징과 기저질환에 따른 위험도, 사망환자들의 공통점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개월간 이런 분석을 하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봤다. 신천지 집단감염을 비롯해 지역사회 확산, 소규모 감염 등 코로나19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냈고, 진단검사도 대량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각 학계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연구과제들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확연히 높아지는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당뇨병의 어떤 요인이 코로나19의 중증도를 악화시키는지, 당뇨를 가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확인하자는 것이다.
윤건호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가운데 당뇨 환자의 비율이 30%이상이다. 당뇨 유병률은 약 10%다. 그런데 당뇨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유병률의 3배에 달한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신천지라는 그룹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대구 표본을 따지면 전체 감염자 중 전체 몇퍼센트가 새로 감염되며, 그 중 당뇨 환자가 어느 정도고, 또 중증은 얼마인지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코로나19와 무슨 연관성 때문에 중증으로 가는지 알아봐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자료를 통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코로나19 감염이 특정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최근 중국 의학계에서는 고혈압 약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 성분이 든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코로나19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코로나19가 특정 약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고혈압 환자들의 진료기록과 코로나19 임상결과를 분석하면 중국 의사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편욱범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약을 먹으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나빠진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약을 복용하면 안지오텐 발현이 증가돼 코로나바이러스에 달라붙어 나빠질 수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가능성이 있지만 증명되지 않은 것이고, 이 이유로 인한 복용 중단의 이득도 근거가 없으므로 복용을 지속할 것을 환자들에게 안내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 이사장은 "심평원 자료와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자료만 학회에 주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 진료기록에 기저질환 여부와 복용 약들이 모두 기록돼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분석해서 결과를 내고 싶다. 미국도 유럽도 한국같은 자료가 없다. 우리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세계에 알릴 수 있다"며 "정식 요청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1~2주 전에 질병관리본부에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의료계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관련 자료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의 데이터를 코로나19를 정복하는데 하루빨리 적용하자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한국이 코로나19를 경험한지 두 달이나 됐는데 이렇다 할 자료가 없다. 질병관리 측면에서 예측과 전망, 각지역별 발생 특징, 대량환자 발생 시 시나리오 등이 이미 나왔어야 했다. 두 달이나 됐는 데 여전히 중국의 자료, JP모건이나 대만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참고한다"며 "연구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질본이 분석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환자 임상정보 연구 및 공유 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사협회는 "국내에서 이미 9000명 가까이 많은 환자가 진단되었고 이 가운데 94명이 사망하고 2233명이 완치되었음에도 의사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정보를 많은 환자가 발생한 중국의 연구결과와 외국의 유명 학술지를 통해 얻고 있다. 즉,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임상정보가 의료계로 전혀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데이터를 공유해주면 이를 바탕으로 방역과 치료에 반영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임상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의료계에 공개, 공유하여 전문가들이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간곡하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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