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가 기존 50조원 규모에 50조원을 추가해 총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내놓은 지원 규모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정부의 추가지원 규모는 당초 시장이 전망한 27조원도 뛰어 넘었다.
정부의 지원이 이같이 급격히 확대된 배경을 두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두리 망’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업 하나 하나의 위험에 대응하기 보다 6개월 후를 내다보고 ‘가두리 망’ 처럼 전체 시장의 위험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한 직후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할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증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 단기자금 지상 안정화 지원 7조원 등 총 27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지원 규모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가 10조에서 20조원으로 늘어났으며, 중소중견 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29조에 달하는 추가 지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증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과 4조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지원까지 고려하면 지원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지원방안이 시장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 경제 상황이 지원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반응이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험론을 제시했다. 그는 “두 차례의 위기를 경험했고, 한 차례는 직접 부딛쳐 봤다”며 “과거 위기 상황에서 A기업이 위험이 높아져 정부가 대응하면, 7월에는 B기업이 위험해지고, 9월에는 C기업이 위험에 빠져 정부가 상황에 계속 끌려가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상황에 뒤따라 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금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개월 이후를 내다보고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인 물고기 한 마리씩 잡기 보다 어장 전체, 즉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강력한 지원 정책을 꺼내들고 나서자 금융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원방안을 조금씩 푸는 것보다 초기에 강력한 지원방안을 실행해 시장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의 이번 지원은 시장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의 발표 당일 증시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00조원 규모의 부양책에 힘을 받으며 전 거래일보다 127.51포인트(8.60%) 급등한 1609.97로 마감했다. 상승률만 보면 지난 2008년 12월 8일(7.48%) 이후 1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보다 36.64p(8.26%) 오른 480.40로 거래를 마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간 우리 경제는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과 저력이 있다”며 “지나친 비관도 과도한 낙관도 하지 않되,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간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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