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원인이 밝혀졌다.
폐에 침투한 호염성(salt-loving) 세균이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폐 세포의 급속한 괴사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의 아이작 칸 미생물학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발표했다.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폐섬유증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격히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급성 악화(acute exacerbation)' 단계로 진행된 환자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폐 기능 상실로 사망에 이른다.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IPF)이라 한다.
연구팀은 폐에 침투한 호염성(salt-loving) 세균이 분비하는 화학물질 '펩타이드'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코리신(corisin)으로 명명한 이 화학물질은 IPF의 호흡 곤란 등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코리신을 투여하거나 코리신을 분비하는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는 '급성 악화' 조짐이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났다. 급성 악화를 경험한 IPF 환자의 폐 조직 샘플에서도 높은 수위의 코리신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또한 호염성 포도상구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박테리아가 폴리펩타이드(다중 아미노산 결합체)를 잘게 쪼개 코리신을 생성한다는 걸 확인했다.
칸 교수는 "트로이 목마가 그렇듯이, 큰 단백질을 아무리 관찰해도 그 안에 파괴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 건 알 수 없다"라면서 "이 미생물(포도상구균)은 폴리펩타이드를 만든 다음 그것을 잘게 조각내 치명적인 물질이 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큰 단백질에서 코리신 조각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확인하고, 코리신이나 비슷한 화학물질을 생성하는 세균이 더 있는지, 그리고 코리신 같은 박테리아 생성 물질이 신장과 간 등의 섬유증에 작용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칸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이 발견은, 정체불명의 침입자와 싸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줄 수 있다"라면서 "의사에겐 당연히 치료 약 발견과 치료법 개발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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