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1개월차에 들어선 직장인 A씨(28)는 최근 체중이 5㎏ 늘었다. 집에서 근무하다보니 계속 군것질거리를 달고 있던 것이 원인이다. 업무를 끝낸 저녁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 A씨는 "출퇴근을 할 때에는 따로 운동을 안 해도 걷는 시간이 꽤 있었다. 집에 있으니 편하긴 한데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재택근무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 음주와 야식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신체활동은 확연히 줄어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만, 당뇨 등 조절이 안 되는 대사질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조절이 안 되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확연히 늘었다. 체감상 70~80%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관리가 안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이들 환자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야외활동을 줄이고 집 안에 머문 것이 되려 대사질환을 나빠지게 만든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장을 보거나 출퇴근을 위한 기본적인 외출이 극도로 줄었고, 집에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냉장고를 열고, 고열량 음식을 찾는 '위험한 시간'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운동을 위한 헬스, 수영장, 지자체 체육시설 등도 문을 많이 닫았다. 건강한 체중조절, 특히 운동과 식습관이 중요한데, 관리를 위한 요소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건강관리에 위협을 받고 있다. 스트레스를 음주와 야식으로 푸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문건수가 2주 전(2월 10~23일)보다 8.4% 늘었고, 경쟁사'요기요'도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주말 평균 주문건이 지난달보다 17% 상승했다. 야식과 함께 가정용 주류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편의점 리테일 CU의 이달 1~24일 주류 매출도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해국 가톨릭대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관계지향적이고 평상시 거리가 근접해있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공허감과 박탈감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런 박탈감을 일시적으로 빠르고 편하게 메꿔줄 수 있는 도구가 술이이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혼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셀프 모니터링이 안 돼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음주를 하거나 음주로 인한 문제행동들을 보여주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민감한 청소년들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며 "부득이 술을 마실 때에는 여자는 소주 2잔, 남자는 소주 4잔인 적정 음주량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 다만 다기존에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던 분들은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도 "만성질환자들은 되도록 집에서 음식을 해먹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밤에 무엇을 먹더라도 배달음식보다는 과일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이 좋다"며 "최소한 하루 30분 이상은 운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는 인적이 드문 야외에서는 전염력이 떨어진다. 마스크를 하고 동네 인근공원을 걷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