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20년 내 자궁경부암을 퇴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겠다."
최근 호주, 캐나다 등 각 국에서 '자궁경부암 퇴치'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중년 여성을 괴롭혀온 자궁경부암의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3600여명이 새롭게 자궁경부암을 진단 받고, 하루 평균 2~3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궁의 입구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감염이다. 연령별 현황을 보면 40대에서 25.8%, 50대가 22.6%로 주로 중년층에서 발생했지만, 개방된 성문화 확산으로 20, 30대 젊은 층의 발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호주와 캐나다가 '자궁경부암 퇴치'에 도전장을 냈다. 2018년 호주가 '2034년이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10만 명당 1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월 캐나다가 '20년 안에 자궁경부암을 퇴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겠다'는 전망을 발표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호언장담이 가능했을까.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백신을 통해 인구집단이 일정 수준의 집단면역을 형성할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찌감치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도입했다는 점, 그리고 이 HPV 예방접종을 여자 아이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도 받을 수 있게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 40개국이 남아까지 포함해 모든 성별에서 HPV 백신 접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인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는 11~12세의 남녀 청소년 모두 HPV 백신 접종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에 HPV 백신을 포함해 만 12세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무료 접종(6개월 간격)이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HPV특성상 여자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반 쪽짜리 대책'이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주와 캐나다는 국가예방사업으로 여자, 남자 모두에게 HPV백신을 맞춰준다. 청소년들이 모두 백신을 접종해 집단 면역이 생긴다면 수년 내 퇴치도 기대해볼 수 있다"며 "HPV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선천적으로 항체가 안 생기거나, 면역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남자도 백신을 맞는다면 상호보완적으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접종률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HPV 국가접종사업 첫 해 50.1%였던 접종률이 2018년에는 87.6%까지 높였지만, 95% 이상인 국가예방접종사업의 평균 접종률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우선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HPV백신의 경우 부작용 등 근거없는 낭설이 퍼져 초기 접종률이 떨어진 면이 있다. 그러나 HPV백신만의 특징적인 부작용은 없다는 것이 의학적인 결론이다"라며 "HPV백신은 아이들이 맞을 때 가장 효과가 높고, 중년 이후에서는 효과가 그만큼 높지 않다. 가능한 한 접종 대상 연령인 13세에 접종을 시작하고, 2회 모두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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