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과야킬, ‘코로나19’로 거리에 시신 방치

에콰도르 과야킬, ‘코로나19’로 거리에 시신 방치

기사승인 2020-04-03 10:19:38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코로나19가 덮친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시신 수습에 차질이 빚어지며 길에서 수일째 방치되는 안타까운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AFP·EFE통신 등에 따르면 과야킬 당국은 지난 3일간 군과 경찰이 시내 거리와 집에서 15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연합뉴스가 인용해 밝혔다. 

과야스주의 주도인 항구도시 과야킬은 인구 270만 명가량의 에콰도르 제2 도시다. 에콰도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까지 3163명(사망 120명)으로 브라질, 칠레에 이어 중남미에서 세 번째로 많은데 절반가량이 과야킬에서 나왔다.

감당하기 힘든 코로나19 확산으로 과야킬의 의료뿐만 아니라 장례 시스템도 마비됐다. 며칠째 집안에 방치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잇따랐고, 로이터통신은 거리에 파란 천이 덮여 있는 시신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사망자가 다 코로나19 희생자는 아니다. 과야킬에선 일 평균 40명이 자연사한다고 EFE통신은 보도했고,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에콰도르에서 자연사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집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다른 질병을 앓던 사람이 코로나19로 의료가 마비되면서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집에서 사망한 시신은 당국이나 장례업체가 와서 수습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작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처리해야 할 시신도 늘어나는데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하루 중 15시간이 통행금지로 묶인 데다 일부 장례업체는 코로나19 사망자일지도 모를 시신의 수습을 꺼리고, 병원에서 사망한 시신 역시 제때 옮겨지지 못했다. 결국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계속 쌓여만 가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30일 남편이 고열과 호흡 곤란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카리나 라레아는 “검은 비닐봉지로 싼 남편의 시신이 여전히 거실에 있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함께 가족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찾아왔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당국자는 장례 시스템에 차질이 생겨 시신이 여러 날 동안 수습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과야킬 시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운영하는 묘지에 시신 2000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한 사람씩 존엄하게 매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 지역에 코로나19 사망자를 집단 매장할 공동묘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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