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건전성 유지를 이유로 신용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씨티은행의 자본건전성은 코로나 지원에 적극적인 국내 시중은행보다 우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직장인 신용대출에 대한 신용등급 요건을 강화하며 신용대출 취급 대상을 자체 신용등급 기준 기존 A~D등급에서 A~B등급으로 높였다. 올해 초 씨티은행은 이미 자체 신용등급 기준 E등급의 대출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씨티은행은 기존 고객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급 기준 1~2등급에 대해서만 허용하도록 변경했다. 이는 씨티은행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들 중 고신용자만 받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씨티은행의 행보는 씨티은행의 모그룹인 씨티그룹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동참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씨티그룹은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 심화로 인해 소매대출, 모기지 영업 축소 등 리스크 관리 체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은 “이번 신용대출 축소는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한 조치이며 기존 고객들에게 영향이 없다”며 “씨티은행은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추가적인 (금융) 지원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건전성 우려로 대출규모를 줄인다는 씨티은행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씨티은행의 자본건전성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97.94%로 국내 시중은행 평균치인 100%보다 약 2배 높다.
또한 지난해 씨티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및 보통주자본비율도 19.56%와 18.76%로 전년대비 각각 0.63%p, 0.58%p 상승하며 탄탄한 자산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국내 가계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고 본사의 지침만을 따르는 행태가 아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금융회사가 자산건전성 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은행의 공적 역할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며 “한국씨티은행이 모그룹인 씨티그룹만 바라보고 국내 서민들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이야기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도 “씨티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 서민들의 도움의 외침을 차단한 것은 은행의 역할을 무시한 이기적인 처사”라며 “특히 저신용자 서민들을 외면하고 고신용 부유층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것은 단물만 빨아먹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약탈적 금융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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