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루 확진자 한 자릿수... '코로나19 불길' 어떻게 잡았나

대구 하루 확진자 한 자릿수... '코로나19 불길' 어떻게 잡았나

신천지발 '큰불' 꺼... '시민참여 방역'으로 재유행 대비

기사승인 2020-04-15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와 전면전을 벌여온 대구 지역에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300~500명대에 육박하던 하루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대로 뚝 떨어졌고, 그마저도 요양병원 등 전수조사지와 해외유입 사례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차 유행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지만 일단 ‘큰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짚어봤다.      

2월18일, 31번째 환자 발생... 신천지발 대규모 확산 신호탄= 지난 2월18일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인 이 환자의 등장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등지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대구·경북지역 대규모 집단발병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대구교회 교인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를 시작했고, 확진자는 빠르게 증가해 지난달 1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514명까지 폭증했다. 병실 및 의료진 등 의료자원 부족 사태도 겪었다. ‘지금 바로 대구로 와 달라’는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의 절절한 호소로 전국에서 의료지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당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의료기관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자가 대기 중인 환자가 한때 2000여명에 육박했다. 일일 확진자가 세 자릿수대를 지속하던 때다. 대구시는 지난달 1일부터 기업 및 공공기관의 연수원 등을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3월18일, 17세 소년 사망...요양시설 집단감염 발발= 3월13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 전수 진단검사가 마무리되면서 세 자리수대를 지속하던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61명인 두 자릿수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확진자 수 감소 등 긍정적인 신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구 시민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와 마스크 부족 등으로 몸살을 겪었다. 같은 달 18일 대구에서 폐렴 증상을 보이던 17세 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10일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에 다녀온 뒤부터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12일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시간이 늦어 진료받지 못하고, 13일 다시 선별진료소에서 폐렴징후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았지만, 상태가 심해지자 영남대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결국 18일 사망했다.

고인은 수차례 진단검사를 통해 코로나19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병사태에서 일반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기 어려운 의료현실을 알린 사례로 기록됐다. 같은 달 19일 한사랑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다시 치솟았다.

3월26일, 권영진 시장 입원... ‘3·28 대구운동’ 효과= 3월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돌연 쓰러졌다.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35일 넘게 이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된 것이 원인이다. 이날 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한 권 시장은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이진련 의원과 마찰을 빚다 쓰러졌다.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한동안 회복기를 가졌다.

신규 확진자는 연일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사회복지생활시설 및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종사자 대상 전수 진단검사가 마무리되고,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운영도 자리를 잡으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대구시가 주도한 ‘328대구운동’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구시는 3월15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328 대구운동을 시작했다. 시에 따르면, 328운동 초기 3일간(3.15~17)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6명 중 일반인 확진자는 77명으로 73%를 차지했다. 그 외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시설집단이 18%(19명), 신천지 관련이 9%(10명)였다.

그러나 마지막 3일동안(26~28) 신규 확진자 수는 131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시설집단 발생이 75%(9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인 확진자는 17%인 22명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신천지 관련이 6%(8명), 해외유입이 2%(3명) 순으로 나타났다.

4월14일, 하루 확진자 3명....2차 유행 준비태세=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4월14일 대구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늘어 총 6822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같은 달 10일 사태 53일 만에 일일 확진자 0명을 기록한 뒤 연일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대구시는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끝나는 4월 19일 이후 방역대책을 ‘시민 참여형 방역’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재유행과 장기화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다양한 시민단체와 함께 문화, 체육, 교통, 종교, 교육, 돌봄 등 다양한 분야별로 ‘코로나19 시민생활수칙’을 마련해 시민참여형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대구 내 2000개 병상과 3000실 생활치료센터 준비 등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역량을 재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확진자 감소에도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김종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이날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여전히 2차 유행가능성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숫자가 적게 나타나는 것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결과"라며 "코로나 이전의 일상적인 사회활동 수준으로 올라가면 언제든지 전파가 확산될 수 있고,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우려를 배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대구시는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정책을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운영방안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역 총 확진환자 6822명의 감염유형은 신천지 교인 4259명(62.4%), 고위험군 시설·집단 531명, 기타 2032명(29.8%)이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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