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리운전 기사와 다툰 후 1차로에 있는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옮기기 위해 음주 상태에서 3m 운전한 것에 대해 법원이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9일 밤 11시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로 앞 노상에서 3m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였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했지만,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형법에 따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음주 상태에서 귀가하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다. 하지만 목적지 경로에 대해 A씨와 대리운전 기사가 이견이 생기자 대리운전기사는 차를 멈춘 뒤 그대로 가버렸다.
차가 멈춘 도로는 양방향 교차 통행을 할 수 없는 좁은 폭의 편도 1차로이자 대로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다. 실제로 정차 직후 A씨 차량 뒤쪽에서 대로를 향하는 승용차들이 모두 멈춰섰다. A씨는 양해를 구하고 다시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했지만, A씨 차량 앞쪽으로도 대로에서 들어오는 택시가 나타나 A씨는 진로 공간 확보를 위해 정차지점에서 3m 가량 운전했다. 그러면서 진로 공간이 확보됐지만, 이를 몰래 관찰하던 대리운전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A씨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
재판부는 “A씨는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이동시켰을 뿐, 차를 운전할 의사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반면, A씨의 행위로 확보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리운전 기사가 하차·이탈하거나 경찰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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