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국 어린이집이 휴원 상태이지만 긴급보육을 신청하는 가정이 늘면서 보육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등원생이 감소한 어린이집의 경우, 무급휴가나 연차사용을 강요받고 있었다.
긴급보육이란, 미취학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부모들이 신청하는 제도다. 평상시처럼 당번 교사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긴급보육 실시 어린이집은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소독과 감염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긴급보육을 신청하는 가정이 늘자 일부 보육교사들은 “무늬만 휴원 상태”라며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소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휴원 전 등원하던 아이들이 모두 긴급보육을 사용해 기존의 업무를 수행하며 소독 등 부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원내 전체 소독은 업체가 하지만 장난감 소독 같은 일은 보육교사들이 수시로 해야 한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하루 두 번 이상 발열체크도 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보육일지와 평가인증에 필요한 서류도 빠짐없이 작성해야 하고 그 양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원래 하던 업무도 부담스러운데 일이 더 늘었다”고 토로했다.
또 보육교사는 상시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밀접접촉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감염 위험이 크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손씻기 등 기본위생수칙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A씨는 “일반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 계절성 감염질환 유행시기에 아이들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매년 예방접종을 했다”며 “코로나19는 마스크를 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보면 감염에 대한 걱정은 우리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기침 한 번 하는 것도 예민한 시기에 감기를 옮았다”며 “긴급보육에도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무기한 개학 연기에 어린이집도 학부모도 많이 힘들 것”이라며 “일부 아이 상태가 괜찮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등원시키는 부모들이 있다. 퇴소를 고민하는 학부모를 우려해 아이가 아파도 말하지 않는 원장들이 있다. 그로 인해 한 달 넘게 집과 어린이집만 오가던 제가 감기를 옮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교사이지만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 그 가족들도 사회에 나가 일을 한다”면서 “이 사태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긴급보육에도 제한을 두었으면 좋겠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이들은 가정보육을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침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등원하는 아이가 감소한 어린이집 소속 보육교사들은 월급을 반납하거나 무급, 혹은 유급 휴가를 강요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지부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보육교사 12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131명의 보육교사가 지난 2~3월 중 ‘페이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백 권유를 제안받거나 목격한 경우도 258명에 달했다.
금액은 최저 10만원에서 많게는 월급의 대부분인 150만원 넘는 금액을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금을 인출해서 원장에게 직접 가져다줬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페이백 금액을 공제한 뒤 월급이 입금된 경우도 있었다. 원장이 페이백을 강요한 이유로는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우니 협조하라’는 이유가 2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하지 않았으니 다 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도 45명을 차지했다.
무급 근무를 강요당한 보육교사 C씨는 “처음 원장이 무급 근무, 무급 휴가를 요청했을 때 원내 교사들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지금 무급을 강요한 원장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신고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저임금 주면서 더 깎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돌봄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린이집 휴원 시에도 보육교사의 ‘정상 출근, 정상 임금 지급’을 원칙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에 출근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육교사의 고용안정과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휴원에 따른 임금미지급, 개인연차 강요, 페이백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육교직원 급여·복무 준수사항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어린이집 등에 지속 안내하고 있다”며 “보육교사 본인이 원장으로부터 직접 임금 삭감이나 페이백 등을 강요받거나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을 목격 또는 전해 들은 경우,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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