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2명이 잡은 n번방, 여가부 ‘집중단속’ 뭐했나

대학생 2명이 잡은 n번방, 여가부 ‘집중단속’ 뭐했나

“우리 역할 아니라서 비공개라서” 해명 궁색

기사승인 2020-04-22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두 명의 대학생들이 잡은 ‘n번방’을 왜 소관부처는 발견하지 못한 걸까?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열린 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 집중 점검단속’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청과 함께 스마트폰 속 개방된 단체 채팅방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촬영물·불법정보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게 단속의 취지였다.  

당시 여가부가 지목한 주요 단속 대상은 ▲공개된 단체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공유 ▲성매매 조장·유인·권유·알선 ▲음란성 문언 등 불법정보 유통 등이 벌어지는 채팅방, 즉 n번방이었다. 여가부는 온라인 채팅방 내 ‘성매매 알선’에 집중된 단속 분야를 ‘불법 영상물 유포·공유’까지 확대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60일간의 집중 점검단속에도 n번방 단속은 실패했다. 참고로 ‘와치맨’이란 닉네임을 사용한 전모씨가 ‘고담방’을 비롯한 4개의 n번방을 운영한 것은 지난해 4~9월이다. 닉네임 ‘박사’ 조주빈이 ‘박사방’ 포함 30여개의 n번방을 운영한 시점도 지난해 5월에서 올해 2월로 집중 점검단속 기간과 겹친다.

어떻게 n번방 운영자들은 단속을 피한걸까?

여가부 권익증진국 관계자는 ‘범행 발견’은 여가부 담당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모니터링과 적발을 담당하고 여가부는 피해자 보호 및 삭제지원을 했다”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적발사례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보내는 것까지가 여가부의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이나 적발에 투입된 여가부 인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n번방이 ‘비공개’ 채팅방이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앞선 관계자는 “n번방의 경우 자기(가해자)들끼리, 회원들끼리 참여하는 비공개 채팅방”이라며 “아무리 저희들(여가부)이나 경찰이라고 해도 공개가 안 된 곳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접근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경찰과 저희들(여가부)은 공개된 채팅방, 그중에서도 제목에 음란성 문구·범죄 유인 문구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만 단속을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가부 집중 점검단속 실시 방식에 대해 ‘여가부(인권보호점검팀)가 스마트폰 열린 채팅방 점검과정에서 음란성 문구와 같은 불법정보 유통이나 성매매 또는 이를 암시하는 문구가 발견되면 경고 메시지를 송출한다’며 ‘이후, 최종적으로 사업운영자에게 해당 채팅방에 대한 차단·폐쇄 요청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n번방은 접근 불가능한 비공개 채팅방도 아니었다. 텔레그램에서 횡행한 성착취물 공유 채팅방 유형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맛보기방’부터 높은 입장료가 책정된 유료방까지 다양했기 때문이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는 “여가부의 ‘n번방이 비공개라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거짓말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n번방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채팅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n번방 존재를 아는 사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링크를 찾아서 입장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며 “범행 수단인 텔레그램 플랫폼 자체를 여가부가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n번방 최초 신고자인 ‘추적단 불꽃’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잔인한 불법 영상물을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들어갈 수 있는, 입장이 쉬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목격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추적단 불꽃은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된 탐사보도 팀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한 달간 n번방을 잠입취재한 뒤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제보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n번방을 최초 보도했다.

여가부는 집중 점검단속의 성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익증진국 관계자는 "주로 트위터에서 적발 사례가 많았지만, 텔레그램은 없었다”며 “대부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가부가 협업을 요청한 경찰청을 묻자 “관할 경찰서 10여곳에 집중 점검단속을 한다고 알렸으며, 구체적으로 어느 경찰서인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적발 및 피해지원 진행 건수를 묻는 질문에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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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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