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미주, 중동, 아프리카 대륙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병의 대유행은 특히 취약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쿠키뉴스는 팔레스타인에 이어 코로나19가 야기한 로힝야 난민캠프의 인도주의 재앙을 보도한다.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세계 최대 난민캠프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이 코로나19 위협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에 대한 봉쇄한 데 이어 곧바로 쿠투팔롱 난민캠프에 대한 락다운(lockdown) 조치를 발효했다. 봉쇄로 인한 국제기구와 NGO의 지원이 줄자, 식량 부족과 캠프내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캠프내 확진환자 발생이 보고되진 않았지만 위협은 점차 커지고 있다. 21일 기준 방글라데시의 누적 확진자수는 2456명(사망 91)으로 집계돼 급격한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캠프가 위치한 콕스바자르 지역에서의 환자 발생은 캠프로의 코로나19 전파 우려를 키운다. 캠프내 10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난민 수와 높은 밀집도, 열악한 영양·위생상태 등도 위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캠프내 의료를 담당하는 ‘헬스포스트’가 있지만, 캠프 규모 대비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요원하다. 전파 차단을 위한 예방조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400명을 상회하는 사람들을 캠프 안 별도 공간에 격리한 것이 그것이다. 이들 상당수는 외부에서 캠프로 유입된 인원으로, 혹시 모를 전파를 차단키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인다. 헬스포스트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아직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검사의 미비를 반증한다. 이와 관련 최근까지 현지에서 난민여성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해온 ‘아디’의 전예지 활동가는 “NGO 차원에서 진단키트를 캠프로 보내려고 하지만,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어 통관이 지체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다년간 로힝야 문제를 취재해온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의 전망은 더 어둡다. 이 기자는 “방글라데시도 검사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봉쇄된 캠프에서 코로나19의 원활한 검사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캠프내 밀집도가 높아 한번 코로나19에 뚫리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콕스바자르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경고의 시그널”이라고 우려했다.
◇버려진 곳, 외면 받는 사람들… ‘코로나=죽음’으로 받아들여
“이곳은 세계 최대 난민촌이다. 여러 분쟁지역을 보았지만 이곳만큼 열악한 환경을 본 적이 없다.”
이유경 기자의 말을 빌자면,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캠프는 ‘버려진 곳’이었다. 지난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로힝야 난민캠프에 무관심했다. 당시 캠프내 난민의 수는 30~50만 명으로 추정됐지만, 유엔난민기구가 인정한 난민은 이 가운데 1/10 가량에 불과했다. 지원도 이 숫자에 준해 이뤄진 탓에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은 난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그해 8월25일 로힝야 제노사이드가 발생하고 나서야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다는 게 이 기자의 분석이다.
캠프가 위치한 지역은 원래 밀림이었다. 난민들이 이곳에 임시 거주 텐트 등을 지어 거주하다보니 뱀이나 들쥐로 인한 피해가 빈번할 정도로 현지 상황은 열악하다. 또 난민들은 캠프 밖으로의 이동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캠프와 캠프 사이에 조성된 소규모 장터에서 생필품을 구하는 형편이다. 생계는 유엔(UN)이나 NGO가 캠프내 인프라 조성에 참여, 그에 따른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남성들은 대개 일용직 노무를, 여성들은 재봉질로 근근이 수입을 올리는 식이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들에 대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난민의 생존은 국제기구와 NGO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마저도 락다운에 따라 지원이 축소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보건의료 물품 등만을 지급받고 있어 삶의 질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빡빡한 검문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캠프내 불안감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은 루머를 낳는다. ‘코로나에 걸리면 바로 죽는다’, ‘환자 옆에 가기만해도 죽는다’, ‘손을 씻으면 치료가 된다’ 등이 그것. 전예지 활동가는 “난민들은 ‘코로나=죽음’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부터 캠프내 스마트폰 사용도 어려워 감염병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등의 방역용품도 부족하다. 전 활동가는 “외부 활동을 주로 하는 남성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물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비누와 장갑 등에 대한 니즈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정부와 협조해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이란, 요르단, 에티오피아 등 대규모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난민과 지역 주민을 위한 위생키트, 마스크, 비누, 손세정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우선순위
“로힝야 난민의 비참한 상황은 40여 년간 국제사회의 외면 때문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폭발’의 조건을 전부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방글라데시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유경 기자는 감염병 대응의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다. 비단 이 기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국제 구호의 우선순위에 로힝야 난민캠프가 올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 기자는 말한다. “감염병 사태는 국제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연대의 관점에서 비교적 상황이 낫다면 이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구호의 우선순위’…. 자국 이익이라는 국제사회의 비정한 계산은 코로나19 이후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로힝야를 돕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고, 기댈 곳이 없는 이들을 돕는다는 것. 도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이후 세계시민이란, 바로 이러한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재정의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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