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정부 n번방 재발방지 대책 ‘빈틈 많다’ 지적

여성계, 정부 n번방 재발방지 대책 ‘빈틈 많다’ 지적

기사승인 2020-04-24 09:04:12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여성계가 23일 발표된 정부의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의 보완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텔레그램 성착취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논평을 내고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현재까지 제출된 대책을 20대 국회에서 시급히 의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탁틴내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가 모여 구성한 연합체다.

공대위는 논평에서 “모든 성착취물 구매, 소지, 스트리밍 수요행위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인 성착취물에 대해 구매와 소지 뿐 아니라 스트리밍 재생과 같은 수요 행위도 처벌할 수 있어야 디지털 성범죄 구조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아동청소년이용 성착취 물 외에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도 신설하여 처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며 “20대 국회에도 성인 불법촬영물 다운로드, 소지, 시청 행위 처벌규정 신설안이 다수 제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스트리밍을 포함하도록 보완하고, 20대 국회는 개원 일정을 마련하여 즉시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 피해자가 아동·청소년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논평에서 강조됐다. 공대위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법정형을 상향한다는 정부 결정의 근거가 ‘디지털 성폭력이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이기 때문’이라면, 이는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다양한 연령대에 분포함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 피해자를 과잉 대표화해 엄벌 대책을 수립한다면, 아동 청소년을 벗어난 직후의 17세 이상, 20세 이상 여성에 대한 성적이미지 취득·유포협박·유포·수익마련은 더 쉽게 가능한 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기관이 디지털 성범죄의 신고를 제대로 접수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대위는 “그동안  디지털 성폭력을 지극히 사소한 문제로 보아 온 점이 신고 접수,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주요 문제였다”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2018년 중반부터 피해자들이 신고했지만, 이 사건들에서도 경찰의 고소반려, 신고반려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n번방 가해자인 조주빈의 협박을 받고 경찰에 찾아간 피해자를 경찰은이 두 차례나 돌려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 대책에 제시된 신고포상금제에 대해 “웹하드 카르텔의 일부였던 디지털 장의사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도움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수익을 올렸던 것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정부 대책에 언급된 ‘범죄 예비 음모죄’와 함께 ‘유포협박’도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서는 유포협박이 곧 범죄 예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공대위는 “유포 협박은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 상담의 30%에 이르며, n번방 사건도 성적이미지·개인정보 유포 협박이 핵심적인 범죄 구성이었다”며 “성폭력처벌법상 유포협박죄가 입법돼야 한다고 현장의 시민단체들이 수년간 요구해 왔음에도 20대 국회에서 계류중인데, 이번 대책에도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를 위한 삭제 지원의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삭제 대상 영상물은 음란성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특정 각도, 거리, 부위를 따져 불법촬영 이미지 여부를 판단하는 2008년 대법원 판례 방식의 음란물 관점 판단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아울러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해외 사업자 사이트에 대한 삭제조치의 경우, 사실상 접속 차단 조치이기 때문에 이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 의무 조치 이행 평가가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 의무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존재했는데, 그동안 피해 영상물들이 제대로 삭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최근 한 1심 법원 재판부는 웹하드 사업자에 대해 ‘드넓은 온라인 바다에서 모든 것을 살피고 삭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업자에 대한 유포 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며 “그동안의 주의 조치를 빈번하게 위반하는 사업자에 대해 당국도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음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온라인 성착취 대책과 여성폭력 대응계획이 연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20대 국회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 대책과 여성폭력 대책에 대한 법안 의결을 즉각 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를 아우르는 젠더 기반 여성 대상 폭력 전반에 대한 법적 체계 정비를 시행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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