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 전반이 침체한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까지 줄줄이 취소되면서 글로벌 무대를 꿈꾸던 국내 패션업계는 최근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8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삼련)에 따르면, 미국 대형백화점 ‘콜스’(Kohl's)는 국내 의류 벤더 기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공급업체, 현지 직물공장, 액세서리 공장, 샘플 룸을 포함해 피해 업체는 1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액은 약 1억 달러(한화 )로 추정된다고 섬산련은 설명했다.
피해는 콜스 백화점과 계약한 국내 벤더사가 고스란히 안고 있다. 김부흥 섬산련 이사는 “대게 국내 벤더사가 제품을 생산하기 전 물량 조절이나 계약파기는 가능하지만 완제품이 생산된 이후 상황은 다르다”라면서 “이미 완제품을 모두 생산한 상황에서의 일방적 취소는 사실상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국내 의류업계의 신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자신을 섬유업 종사자로 소개한 한 글쓴이는 최근 한국의류벤더사가 코로나19 여파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미주에 주로 의류 수출을 하는 국내 의류 벤더 업체가 구매자의 일방적 구매·선적·대금 취소로 경영난이 시작, 구조조정까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탑텐’(TOPTEN) 운영사 신성통상은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수출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미얀마 공장 라인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며 “미국 사업자들의 잇따른 계약 파기가 최근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출 직격탄에 신성통상 내 수출사업부 인원은 전체 220명의 10% 수준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해외 분쟁이 증가하자 한국무역협회(무협)는 분쟁조정 지원 범위를 의류·섬유까지 확대했다. 지난 20일 한국무역협회는 17일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무역업계 긴급 지원대책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무협은 또한 해외 바이어의 일방적 주문 취소에 대해 우리 기업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분쟁 컨설팅 및 상사중재 비용 지원, 결제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의류·섬유산업 추가 지정 등을 건의했다.
피해금액 전부를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수출보험 전담 공공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수출기업 무역보험 총력 지원에 지난 9일 들어갔다. 정부가 ‘무역금융 36조원 추가 공급’을 골자로 전날 발표한 '수출활력 제고 방안' 이행 조치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주력시장 수입자 앞 책정된 단기수출보험 한도 무감액은 기존 가입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서도 “수출 중소·중견기업에게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긴급 수출안정자금 신청은 신규 등록 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단체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김성찬 한국패션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의류 벤더사를 조사한 결과, 미국 콜스 백화점과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일방적인 오더 캔슬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캔슬하려는 움직임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문는 “글로벌 브랜드가 소속된 미국 협회에 서신을 보내 일방적 취소를 저지해줄 것을 당부할 방침”이라며 “협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공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 계속해서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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