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쿠키뉴스] 윤요섭 기자 = 우리나라 최초 나병원인 ‘부산 나병원’의 설립 기념비가 국가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동구에 있는 ‘옛 부산 나병원기념비’가 지난 4일 국가문화재 제781호로 등록됐다.
‘옛 부산 나병원기념비’는 화강암 재질의 오벨리스크(전체적으로 높고 좁은 탑 모양으로 끝이 뾰족해지는 형태) 양식으로 높이 1.1m의 작은 비석이다. 비석의 전면에는 ‘大英癩患者救療會紀念碑(대영나환자구료회기념비)’라고 새겨져 있으며, 나머지 3면에는 부산 나병원설립일, 설립자, 비석제작일 등이 새겨져 있다.
‘옛 부산 나병원기념비’는 1909년 감만동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나병 전문치료 기관인 ‘부산 나병원’의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1930년에 제작된 것으로 ‘부산 나병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념 비석이다. ‘부산 나병원’ 또한 한국 근대사에서 한센병 환자만을 위해 세워진 최초의 병원이면서 우리나라 특수의료 영역인 한센인 치료 역사와 선교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문화계는 상당한 수준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센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과 ‘나환자촌’ 등 일반인들과 격리돼 생활하던 한센인 환자들의 존재와 인권에 대한 고찰을 위해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가문화재 등록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곽옥란 부산시 문화유산과장은 “부산 나병원기념비의 문화재 등록으로 근대사에서 부산지역 병원과 의료 체계가 지니는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면서 “향후 시민들에게 근대 부산의 의료 역사와 선교사들의 봉사활동을 보여주는 문화재로서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와 기념비 소유자인 ‘한호기독교선교회’(일신기독병원)는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근대 기독교 관련 건축물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소록도국립나병원 등 관련 시설과 함께 근현대 역사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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