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화웨이 반도체 조달 전면 차단…하웨이 위기 봉착

美정부, 화웨이 반도체 조달 전면 차단…하웨이 위기 봉착

기사승인 2020-05-16 14:04:05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부품 조달 길을 모두 막기로 하면서 화웨이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전에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기술 활용도가 25% 밑이라면 자유롭게 화웨이에 제품을 댈 수 있었는데 이제 이런 '샛길'까지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 강화가 '화웨이와 대만 TSMC와의 협력 고리 끊기'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한다.

화웨이와 TSMC의 협력 고리는 반도체를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화웨이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이에 화웨이가 꺼내든 '비상 타이어'는 자체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었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등 다양한 반도체 부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하이실리콘은 설계 전문회사로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어 대부분의 제품 생산을 TSMC에 맡겼다.

따라서 강화된 제재를 근거로 미국이 TSMC와 화웨이의 추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으면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은 사실상 붕괴하게 된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어서 중국 업체들로부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기도 어렵다.

중국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조차도 세계 파운드리 1·2위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와는 기술 격차가 매우 크다.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TSMC가 찍어낸 치린(麒麟·기린)980 AP와 바룽(巴龍)5000 5G 모뎀 칩셋 등이 장착됐다.

이들 제품은 최첨단 7㎚급이다. 14㎚ 이상 생산 시설만 있는 SMIC는 이런 첨단 부품을 만들 수가 없다.

회로선폭이 좁을수록 작은 크기에도 더욱 강력한 성능의 반도체 부품을 만들 수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개발 경쟁 과정에서 초미세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 부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화웨이가 TSMC와 거래가 막혔다고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찾아가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화웨이의 쉬즈쥔(徐直軍·에릭 쉬) 순환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이 만일 반도체 공급을 추가로 막는다면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등에서 5G 칩을 조달하면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장비를 일부라도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언제라도 이번 추가 제재를 근거로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화웨이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히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수급 차질은 화웨이의 본업인 이동통신 중계기 등 통신장비 사업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계기 등 통신장비는 소형 장비인 스마트폰처럼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가 적게 필요하기는 하지만 역시 적지 않은 첨단 반도체 부품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의 이번 조치가 비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까지 폭넓게 적용되면 화웨이가 받을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웨이를 비롯한 많은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거의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의존한다.

중국의 IT 애널리스트인 왕단은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이것은 화웨이가 스마트폰과 중계기 생산에 들어갈 반도체 칩을 조달하는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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