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슈퍼갑” 재건축·재개발 ‘비리 온상’ 전락…“공공관리제 활성화해야”

“조합장이 슈퍼갑” 재건축·재개발 ‘비리 온상’ 전락…“공공관리제 활성화해야”

“조합장이 슈퍼갑” 재건축·재개발 ‘비리 온상’ 전락…“공공관리제 활성화해야”

기사승인 2020-05-20 05:00:00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조합 총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진행하는 등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건설사들도 “요새는 조합장이 슈퍼 갑”이라며 사업 진행에 있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업의 진행을 공공에서 관리·감독을 진행하는 공공관리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리의 온상 전락하나=최근 한남3구역 조합장 이모씨는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15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조합원들과 의견 교류가 없이 조합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임의로 진행한 데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은 한남3구역 조합의 임원으로서 공모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사업을 임의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장을 둘러싼 이같은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실제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조합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합 운영 및 시공사 입찰 등에 관련된 법령 위반사항 162건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중 18건은 수사의뢰, 56건은 시정명령, 3건은 환수조치, 85건은 행정지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조합은 장위6구역, 면목3구역, 신당8구역, 잠실미성·크로바구역, 신반포4지구, 상아아파트2차, 한남3구역 등 7개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이었다.

7개 조합 모두 수사 의뢰된 위법 사항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조합은 환경용역업체,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총회를 통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자율, 상환방법 등도 마음대로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이나 석면해체 등 사업 추진과 관련된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업체나 금액 등을 총회 의결 없이 정한 조합들도 수사를 받게 됐다.

한 조합장은 이사회의 승인 없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관련 보고서를 내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장이 슈퍼 갑"=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합장이 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어마어마한 ‘돈’ 때문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통상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장의 경우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여기에 상여금과 판공비를 포함하면 조합장이 사용하는 자금은 연간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만약 재건축을 흥행시킬 경우 재건축사업장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스타 조합장 반열에 올라설 뿐만 아니라 성공시킨 사업장에서의 추가 성과급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아크로리버파크’의 성공으로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 한모씨 조합장과 집행부 10명은 총 130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모씨의 경우 언론사 포럼에 패널로 초청되기도 하는가 하면, 최근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정상화연대에서는 그를 자문으로 초빙해 이달 추진위원장 직무대행 해임, 6월 추진위원장 선임, 8월 조합설립인가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합장이 하나의 직업이 됐다”며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그야말로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하루아침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조합장들의 힘이 강해지자 건설사들은 자연스레 ‘을’이 되는 상황이 연출된 지 오래다. 건설업계 내부에서 “요새는 조합장이 슈퍼 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근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건설사들을 상대로 이래라 저래라 협박식의 말들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조합장을 상대로 소송전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우건설은 스타 조합장 한모씨와 삼성물산을 고소·고발했다. 대우건설은 “한모씨는 삼성물산과 공모해 전날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에 대한 허위 사실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공공관리제 활성화해야"=전문가들은 조합장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 마련에 대해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하며 조합장의 지나친 권력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며 “사업이 장기화 된다면 수익성악화로 조합들의 재산권에 피해를 가져오며 조합장의 권력이 때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에 교차 감시와 견제의 강도를 높이면서 조합장의 권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당초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원들의 자체 사업이다. 조합 감사나 의결기구인 총회 등에서 자체적으로 견제 기능을 갖춰서 사업시행을 진행해야 한다”며 “만일 자율 기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시군구 등에서 개입해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등 공공이 사업에 직접 개입하는 공공관리지원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공공관리지원제도는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비계획수립 단계부터 사업완료 시까지 정비사업시행 과정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국토연구원 최진도 연구원은 “국내에도 공공관리제도가 있지만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고, 지자체의 무리한 간섭 시 민간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는 등의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서도 공공·민간합동의 정비사업위원회 제도 도입을 통해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사업계획 대한 자문, 사업비 검토, 재정착률 강화 등을 전문화, 체계화하고, 사업구역별 전담 코디네이터 배정을 의무화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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