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를 두고 일각에서 자가와 전세간 ‘부동산 계급화’가 사회적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보증금 깜깜이 관행을 없앨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기대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내년 말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고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법률 개정의 목적이다.
현행 전월세 세입자는 주민센터 등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에 한해 국토교통부와 일부 부동산플랫폼에서 실거래가가 공개된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가 의무화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돼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된다.
지금도 부동산플랫폼을 보면 대단지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은 가구수가 적으므로 층수만 봐도 해당 가구의 보증금이나 월세를 누구나 볼 수 있다. 만약 전월세 정보의 공개를 꺼리는 세입자일 경우 이런 정보 제공에 반대할 수 있다.
매수인이나 세입자 입장에선 다른 집의 시세를 쉽게 확인하는 만큼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아파트 시세와 달리 빌라는 소위 ‘부르는 게 값’인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는데 같은 건물, 같은 평형대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은 저마다 제각각이더라”며 “조망 차이, 엘리베이터가 없음 등이 이유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자가나 전세, 자산 규모에 따라 시민 간 계급화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월세 확정일자를 받으면 실거래가가 공개되기 때문에, 해당 세입자가 전세인지 자가인지 등에 대해 비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여론은 ‘쓸데없는 걱정’이라 입을 모았다. 네티즌은 “남의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자가인지 직접 부동산 플랫폼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경우는 드물다” “전세 사는 게 창피하다는 게 이상하다” “전월세 신고제는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이 될 것 같다” 등의 반응이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계급화’에 대한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고제가 없었다면 양극화나 계급화가 없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계급화나 양극화가 생겨서 이같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임대인 측이 주장하는 바는 설득력 없다. 정부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또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 대표는 “기존 임대사업은 세입자에게 불리한 면이 많았다”면서 “임대인도 권리를 빼앗긴다고 여기지 말고 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제도에 힘을 실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임대인들에게 인센티브 등을 통해 불만을 없애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송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선 분명 불만 제기가 있을 것이다. 단계적으로 신고제를 하겠다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줘 참여 유도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일례로 앞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 했을 때 양도세 등 혜택을 주니까 사업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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