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터뷰] APK ‘시크릿’ 박기선 “가자미라는 별명, 정말 감사하죠”

[쿡터뷰] APK ‘시크릿’ 박기선 “가자미라는 별명, 정말 감사하죠”

[쿡터뷰] APK ‘시크릿’ 박기선 “가자미라는 별명, 정말 감사하죠”

기사승인 2020-05-27 16:32:21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시크릿’ 박기선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2015년 스베누 코리아에서 데뷔한 이후 그가 6여 년간 걸어온 길은 눈물로 젖은 진흙길이었다. APK 프린스 입단은 터닝 포인트였다. 2019년 APK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승격에 기여한 그는 ‘2020 LCK 스프링’에서도 활약하며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5일 강남구 역삼 APK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스프링 시즌 첫 단추를 만족스럽게 채운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Q. 올 시즌 APK는 돌풍의 팀이었어요. 화끈한 경기력이 매력적이었는데요, 팬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것도 처음일 것 같아요.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목표는 플레이오프로 잡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사실 불안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 팀원들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되게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줬어요. 덕분에 후반부에 힘을 내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성적에 대해서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한텐 이번 시즌 순위가 프로게이머 리어에서 가장 높은 순위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스프링 시즌 첫 단추를 만족스럽게 채웠다고 생각해요. 서머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생각이에요.”

 Q. 모두 APK가 최하위를 기록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어떻게 생각했나요? 

“냉정하게 바깥에서 보는 시선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팀도 그걸 딱히 부정하진 않았고요. 대신 ‘우리 기대치가 제일 낮으니까 올라갈 곳 밖에 없다.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줘서 최약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단합했던 것 같아요,” 

Q. 사실 이전까지 ‘시크릿’이라는 선수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어요. 스베누 시절엔 서포터로 활동하면서 팬들에게 정말 많은 비판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진에어전에서 승리한 뒤 울먹이면서 손까지 떠는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도 많아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때는 데뷔시즌이기도 했고 열아홉살 정도였으니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프로 세계에 처음 들어 온데다가 팀원들도 막 데뷔한 선수들이 많았죠. 다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곤 하는데 벽 같은 게 많이 느껴졌어요. (눈물을 흘린 건) 첫 승을 했을 당시 경기에서 제가 못해서 한 판을 졌을 거예요. 마지막 경기에서 감독님, 코치님, 팀원들 모두 ‘하고 싶은 걸 해라, 믿고 있다’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그래서 이긴 다음 너무 감정이 벅차올랐던 것 같아요. 미안한 마음도 크고 고마운 마음도 크고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Q. 스베누와의 계약 종료 후 공백기가 꽤 있었어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해야 될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뭘 하며 지냈나요.

“팀을 나오고 처음에는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두 달 좀 넘게 게임을 안했던 것 같네요. 아예 손을 놓고 다음에 뭘 할까 고민을 하면서 지냈는데, 게임을 그만두고 나니까 할 게 너무 없는 거예요. 집 앞에 있는 PC방을 가서 아이디를 새로 하나 만들어서 재미있게 해보자 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챌린저를 찍었어요. 그렇게 되니까 게임을 하면 너무 재밌는 거죠. 이게 내 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Q. 챌린저스에서 소환사명을 ‘X’로 바꿨다가 APK에 입단하면서 다시 ‘시크릿’이라는 소환사명을 사용했어요.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요?

“콩두에서 뛰던 시절, 아마 승격을 하고 다음 시즌에 바로 강등 당했을 거예요. 챌린저스로 돌아온 뒤 약간 회의감이 느껴져서 소환사명을 바꾼다는 선수들이 많길래 저도 바꿨어요. 뭘로 바꾸지 고민하다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X’로 한 거예요. 

그러다가 예전에 함께 했던 선수들(익수, 카카오, 미키)과 만나서 놀고 얘기하다가 ‘같이 해보자’며 손을 맞잡았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APK죠. 퓨리 형 빼고 넷이서 사적으로 많이 놀았거든요. 밤새고 며칠 동안 자기도 하고. 당시에 모두 백수여서 놀지 말고 게임이라도 하자 한 거예요. ‘예전에 함께 했던 소환사명으로 같이 가자’라고 해서 소환사명도 다시 ‘시크릿’으로 바꿨어요.“

Q. 소환사명을 얘기하자니 생각난 건데, 최근 솔로랭크 소환사명이 ‘가자미 시크릿’이예요.  

“저도 그렇고 제 팀원들, 코치‧감독님들도 커뮤니티 사이트를 가끔 봐요. 저희 팀 갤러리가 있는데 거기에 글이 올라왔어요. ‘시크릿은 가자미다’ 뭐 이런 거요. 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온 얘기로 비유를 해주셨더라고요. 제가 ‘도미’인 ‘하이브리드’를 빛나게 해주는 가자미라고….

제가 생각하기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좋은 말로 포장해주시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하이브리드 선수가 같이 닉네임을 바꿔서 재밌게 해보자고 제안하길래 ‘가자미 시크릿’이라고 바꿨어요.“

Q. 올해 정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경기도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시즌 마지막 DRX와 했던 경기예요. 사실 그 전에 승강전 탈출이 확정 됐었어요. 그간의 마음 고생이 생각나서 휴가 때 하루 술을 먹고 숙소로 왔는데 팀원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팀원들을 제가 불러 모아서 하소연을 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마지막 경기를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믿는다, 잘할 수 있다’면서 격려해줬어요. 기억하기로는 승리했던 세트에서 제가 좀 잘 했던 것 같아요. 경기도 이기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Q. 오프 더 레코드만 들어도 APK는 무척 유쾌한 팀이에요. 시크릿 선수 얘기를 듣다 보니까 팀원들 사이가 무척 돈독한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시크릿 선수의 기량 상승에 도움이 됐을 것도 같아요. 실제로 올 시즌 과감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잖아요.

“도움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팀원들 모두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고 또래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예요. 맏형인 익수 형이랑 하이브리드 선수만 해도 4살 차이가 나는데 스스럼없이 재밌게 장난도 엄청 많이 쳐요. 그러다보니까 연습 분위기도 좋아요. 누구 하나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요. 형들도 동생들을 챙기지만 동생들도 형을 챙기는 분위기예요. 그런 부분들이 기량 상승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Q. 올 시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팀적으로, 또 스스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하나요?

“‘개인기량이 부족하다, 라인전이 부족하다’ 등의 얘기가 있는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게 열심히 연습해서 초반부터 많이 이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스스로에 대해서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많이 하지 않고 팀한테 많이 맞추려고 하거든요. 잘 모르겠네요. 팀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요. 저는 제가 화려한 플레이를 많이 해서 주목 받는 것보다 딜러들이 잘 커서 상대를 다 잡아줄 때 기분이 제일 좋거든요.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더 헌신할 생각이에요.”

Q. 바텀 듀오인 하이브리드가 올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옆에서 평가하는 하이브리드는 어떤 원거리 딜러인지 궁금하네요.

“우진이 같은 경우는 저랑 3년 전부터 알았는데 솔로랭크에서 듀오를 같이 많이 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죠. 항상 둘이 같은 팀에서 게임을 해보고 싶다, 같이 하자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저는 우진이가 정말 잘 할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 팀에 데려와야 한다고 강하게 추천했거든요. 제 기대만큼, 또 팬분들께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 보여준 것 같아서 뿌듯하고 또 고맙기도 한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로선 많은 나이예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가고 싶어요. 플레이오프를 가서 다전제를 준비하는, 그 연습하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것마저도 즐거울 것 같네요(웃음).”

Q. 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일단 이번 시즌 승격해서 솔직히 많은 승리를 가져가지는 못했는데, 저희 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놀랍고, 너무 감사드려요. 서머 시즌에는 다들 더 잘할 생각으로 이 갈고 연습하고 있으니까 많이 기대해주시고, 저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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