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가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반대 항의·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스포츠 스타들도 플로이드를 향한 추모, 또는 시위에 동참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인종차별 NO! 우리는 모두 하나"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이제 이해하겠나? 아니면 아직도 모르겠어?(Do you understand now? or is it still blurred to you?)”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제임스가 올린 사진 속에는 이번 사건과 미국프로풋볼(NFL)에서 ‘무릎 꿇기’ 시위를 주도했던 콜린 캐퍼닉의 모습이 담겨있다. 캐퍼닉은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등 인종차별 논란이 컸던 지난 2016년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 시간에 국민의례를 하는 대신 무릎을 꿇어 인종 차별에 항의했던 선수다.
제임스는 이후 SNS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도 게재하며 해당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NBA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현 샬럿 호넷츠 구단주인 마이클 조던은 1일 입장문을 내며 “나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유색 인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한다. 우리는 충분히 (이런 일들을) 겪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던은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우리의 뜻을 표현해야 한다”며 “우리의 하나 된 목소리는 우리의 지도자에게 법률을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고, 그게 실현되지 않으면 투표로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1루수 피트 알론소도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남기며 “나도 목소리가 있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나는 백인이라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라며 “누구든 이런 종류의 차별을 받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같은 편에 서서 싸워주겠다”고 아픔을 공유했다.
뉴욕 양키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턴도 “(이런 일이) 정말 지겹다. 당신의 피부색과 특성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며 “진정한 변화만이 플로이드와 그보다 앞서간 모든 이들을 위한 정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매커친은 “플로이드는 살아 있었어야 한다. 동정을 바라지 않고 변화를 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 신나는 세리머니 대신 추모를 택한 축구 선수들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는 1일 독일 파더보른에서 열린 ‘2019~2020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파더보른과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2분 골을 넣은 후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유니폼 안에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oy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산초는 상의 탈의와 정치적인 표현을 금지하는 축구 규정에 따라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으나 개의치 않았다.
또 산초는 이 경기에서 2골을 추가해 커리어 최초 해트트릭을 달성했지만 기쁨의 소감 대신,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SNS를 통해 “커리어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하지만 오늘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와야할 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날이다”라며 “우리는 하나로 뭉쳐 정의를 위해 싸워야한다. 우리는 함께 할 때 더 강해진다"고 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아치라프 하키미, 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의 마루쿠스 튀랑도 골을 넣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튀랑은 자신의 SNS에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함께 바꿔야 한다”고 했으며, 그의 소속팀 묀헨글라드바흐도 구단 SNS에 튀랑의 사진과 함께 “설명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 시위에 직접 참가한 美 스포츠 선수들
추모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있다. 특히 흑인들이 주 구성원인 NBA는 선수들이 시위 일선에 나섰다.
NBA 보스턴 셀틱스의 제일런 브라운은 보스턴에서 무려 15시간을 운전해 본인의 고향 애틀란타에서 시위를 펼쳤다. 그는 “내 고향에 오기 위해 15시간을 운전했다”며 “나는 NBA에서 뛰며 유명인사로 살고 있지만, 그 전에 나는 흑인이다. 모든 답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지 느낀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말콤 브로그던도 시위에 참가해 “우리에겐 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행군했던 사람들이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지금 여기 있는 우리를 보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우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확성기를 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NBA에서 14시즌 동안 활약한 스티븐 잭슨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미네소타의 가드 조쉬 오코기는 “우리는 폭력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사람들을 벽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그들이 맞서 싸우지 않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탄식을 내뱉으며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언제나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뉴욕 닉스의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각각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