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체벌 금지 명문화 추진에 "가정교육에 지나친 개입" 여론도

자녀 체벌 금지 명문화 추진에 "가정교육에 지나친 개입" 여론도

기사승인 2020-06-11 20:10:08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으로 법무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률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법률 규정이 체벌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가정교육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개선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현재 민법은 친권자에게 보호·교양의 권리·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여기서 말하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지만, 징계권 조항 자체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계부·친모에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학대 등을 당한 창녕 사건이나 계모에 의해 여행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천안 사건 등 최근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모두 ‘훈육이 목적이었다’는 해명을 내놔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에 대한 삭제 추진의 목소리가 다시 불거졌다. 

다만 이같은 법무부의 결정을 ‘가정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보는 여론도 존재한다. 여전히 ‘사랑의 매’를 훈육 방법으로 인식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서는 ‘체벌과 학대는 구분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훈육 목적에서 체벌해야만 할 때가 있다”면서 “폭력과 체벌을 구분 못 하는 부모들이 문제지 체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박모(35·여)씨도 “법이 너무 가정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체벌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 처벌을 더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훈육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체벌은 학대라는 입장이다. 이번 징계권 삭제가 아동학대 근절의 시작이 될 것이지만, 여기서 멈추기보다 훈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고 체벌 근절의 실현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역시 11일 성명을 내고 “민법 제915조의 징계권은 자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훈육을 의미하지만, 이 조항이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오인돼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아동 단체들이 그동안 해당 규정이 체벌을 합리화한다고 비판해왔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무부의 결정에) 늦은 감이 있다. 이를 삭제하고 더 나아가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지지 의사를 밝혔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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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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