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북한이 ‘군사행동’을 시사한 가운데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단법인 금강산기업협회 등은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및 4대 공동선언 비준 동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00년 6월15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자주적 통일과 경제협력 등의 원칙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한반도평화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며 “휴전선 일대 주민의 신변 안전은 물론 개성공단이 폐쇄 상태에서 더 나아가 영구히 사라질 위기를 불러왔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아 이 사단이 발생했다”며 “국회가 나서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고 남북정상 간 공동선언을 비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여성연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공동선언 이행에 한국 정부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사태의 발단은 탈북민과 보수 세력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과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을 넘어 적대적 갈등을 불러왔다.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지난 10일 논평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1달러 지폐, 메모리카드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이에 북한은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9일 남북을 잇는 모든 통신 연락망을 차단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의 철저한 단속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 이들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청와대도 지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접경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12일 청와대의 대북 전단 문제 입장 표명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판문점선언 채택 이후 2년 동안) 그런 (대북 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만들고 남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은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에 연대사를 보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은 경색된 현 상황을 해결할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며 “표면적으로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 관련 문제제기를 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우선 급한 불은 꺼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대북 전단에는 주로 김 위원장을 ‘인간백정’ 등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도자를 절대화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다만 이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문제 해결 등에 북한이 기대를 걸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기존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북한과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