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무급·유급 휴직 제도를 시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표면상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교차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부터 무급 휴직을 시작한다. 이미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신청자들은 연말까지 20일이나 30일 중 기간을 정해 무급휴직을 하게 된다. 롯데마트의 무급 휴직 도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희망자에 한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신청 인원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롯데마트는 하반기에 13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달 15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백화점, 마트 등 올해 12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몰의 공세 속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급감이 결정타였다. 지난 1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4조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74.6%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따른 점포 휴점, 소비자의 대형 집객시설 기피 등으로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채널들이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롯데쇼핑 측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급 휴직마저 진행하는 비상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면세점들도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단축 근무와 단기휴직을 도입해 긴축에 나선 곳이다. 사실상 코로나19 직격타로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까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면세점은 3월부터 주 4일제나 주 3일제,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중 주4일제 근무 신청 비율이 9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은 5월부터 주 4일제를 실시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서울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 신청을 받았다.
신세계면세점도 5월부터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월급의 70∼8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급휴직 기간은 역시 한 달이며 한 번 신청한 후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 200명 정도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호텔업계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호텔도 최근 명예퇴직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도를 개선해 최근 내부 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들의 구조조정은 이전부터 이뤄져 왔으나, 코로나가 촉매제가 된 격”이라며 “다만 그 속도와 규모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휴직 등 여러 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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