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개막 전 선수들이 꼽은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의 키워드는 ‘죽음의 무도(죽무)’였다. ‘쇼메이커’ 허수(담원)는 “‘죽음의 무도’ 아이템이 좋아져서 그걸 사용하는 챔피언들이 유리할 것 같다”고 짚었다. KT 롤스터의 ‘쿠로’ 이서행 역시 “미드-정글이 핵심 라인이지만 ‘죽무’ 때문에 원거리 딜러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죽음의 무도’는 3600골드짜리 아이템이다. 공격력 50,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을 30 올려주고, 재사용 대기시간을 10% 감소 시켜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생명력 회복 및 입은 피해량의 일부를 출혈(도트 대미지)로 전환하는 지속효과도 있어 생존력을 크게 높인다.
당초 '아트록스' 등 근접 챔피언들의 맞춤 아이템이었던 ‘죽음의 무도’는 10.6 패치 이후 능력치가 대대적으로 변화하면서 현재는 원거리 딜러들도 애용하는 아이템이 됐다.
‘죽음의 무도’의 특혜를 가장 많이 받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이즈리얼’이었다.
중국 프로리그(LPL) 선수들은 서머 시즌에 앞서 치러진 ‘2020 미드 시즌 컵(MSC)’에서 ‘얼어붙은 건틀렛(얼건)’에 이어 ‘죽음의 무도’를 세 번째 코어 아이템으로 올린 이즈리얼을 앞세워 연달아 승리를 따냈다. 최상급 생존 스킬로 평가받는 ‘비전 이동(E)’에 ‘얼건’과 ‘죽무’의 방어력까지 더해지니 여간해선 이즈리얼을 잡을 수 없었다. 10.11패치 기준 ‘0티어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바루스’가 필수 금지(밴) 되는 상황에서 이즈리얼이 협곡을 지배하는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LCK 서머 개막 1주차를 마친 현재 이즈리얼의 성적은 기대 이하다. 3승12패로 승률이 20%에 불과하다. 22일 기준 한국 솔로랭크에서 이즈리얼이 픽률 42.67%, 승률 51.92%로 전형적인 ‘오버 파워 챔피언(OP)’의 지표를 보이는 게 무색할 정도다.
LPL에 빗대면 LCK 내 이즈리얼의 성적표는 더욱 의아하다. 현재 LPL에서 이즈리얼은 25승16패 승률 61%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CK에선 오히려 이즈리얼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아펠리오스’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즈리얼과 마찬가지로 최근 3코어 아이템으로 ‘죽무’를 착용하는 아펠리오스는 올 서머 시즌 이즈리얼과 10차례 맞붙어 8승 2패, 승률 80%를 기록 중이다. 아펠리오스가 이즈리얼과의 33차례 맞대결에서 승률 45.5%를 기록한 LPL과 상반되는 형국이다.
리그 개막 후 만난 LCK 선수들은 이즈리얼의 성능이 아펠리오스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렇다고 이즈리얼을 파훼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팀 다이나믹스의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은 “이즈리얼이 성능적으로는 더 좋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아펠리오스를 잡은 선수가 잘하면 이즈리얼 상대로도 할만하다”고 말했다.
설해원 프린스의 서포터 ‘시크릿’ 박기선 역시 최근 고평가 받는 ‘이즈리얼-유미’ 조합의 대항마로 ‘아펠리오스-룰루’ 조합을 제시하면서 “첫 집 타이밍만 잘 잡으면 후반 ‘사기’라고 평가되는 이즈리얼-유미 조합을 압박할 수 있는 턴이 돌아온다. 주도권을 잡는 타이밍까지만 버티면 게임 끝까지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LPL에 비해 다소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LCK의 색깔이 아펠리오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원거리 딜러 ‘미스틱’ 진성준은 “라인전에서는 아펠리오스가 좋다. 중반에 2~3개의 코어 아이템을 가져가면 이즈리얼이 세진다”며 “이즈리얼이 강할 때 상대가 싸워주지 않아서 아펠리오스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머지 조합이 비슷하다고 보면 확실히 아펠리오스 쪽이 마음 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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