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10년 전엔 아니라더니 지금은 '한약'이다?

대마초, 10년 전엔 아니라더니 지금은 '한약'이다?

대마 처방하겠다는 한의협, 2009년엔 "대마초는 한약아니다"

기사승인 2020-06-25 00: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대마에 대한 한의사들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계는 10여년 전만 해도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최근들어 '대마를 한의사도 처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보건당국에 요구한다. 

24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와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한방 진료실에서 의료용 대마를 처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2009년 한의협은 대마초가 한약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9년 6월 한의협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국민들이 대마초를 한약재로 오인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배우 김부선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마초는 엄밀히 한약이다. 우리민족이 5000년 동안 애용해왔던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김씨의 발언이 한의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

김인락 전 대한본초학회 회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며, 대마에서도 씨만 '마인'이라고 해 한약에 사용할 뿐"이라며 "이는 마치 인삼이라 할 때 뿌리만 한약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최방섭 전 한의협 부회장도 "대마초를 치료제로 사용하는 한의사는 단 한명도 없으며, 마인의 경우도 환자 상태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한의협은 10년만에 '대마초는 한약'이라고 말을 바꿨다. 2018년 일명 '의료용 대마법' 통과 이후, 작년 3월부터 뇌전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이 합법화되자, 한방 진료실에서도 대마 성분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보건당국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019년 1월 한의협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가 환자들에게 대마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 등을 처방할 수 있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관련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기자회견에서 한의협은 "식물에서 채취된 대마는 일종의 한약으로 볼 수 있고, 전통적으로도 대마를 이용한 한의학적 처방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대마를 이용한 한의약 치료를 시행해 온 한의사들에게 대마 전초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참고로 전초(全草)란, 잎·줄기·꽃·뿌리를 가진 풀포기를 말한다. 이는 대마의 씨인 '마인'만 한약에 사용한다던 전 본초학회 회장의 발언과 배치된다.

이처럼 최근 대마 성분 의약품의 처방을 확대하고, CBD오일 등 대마 성분의 일반 상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제한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행 의료용 대마법은 난치성 소아뇌전증, 다발성경화증 등 특정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대마 성분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의협의 주장은) 대마 성분 의약품 개념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처럼 상품화된 '의료용 대마'를 다양한 증상에 자유롭게 처방하도록 확대하자는 의미"라며 "자칫 중독성 약물의 오남용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마의 성분 중 CBD는 중독회로를 건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THC는 중독성이 있고, 통증완화나 항불안 효과는 좀 더 높다. 그렇다보니 미국에서는 상업용 의료용 대마에 THC성분 함량을 올리고,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관련한 중독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면증이나 통증 등 증상엔 이미 효과가 증명된 치료제가 있고, 대마의 효과가 특별히 높은 것이 아닌 만큼 꼭 필요한 환자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의협은 2009년에 발표한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다'라는 입장이 법적인 오해소지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2009년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대마가 문제가 되었던 배경이 있었다. '대마초가 한약'이라는 김부선씨의 발언이 마치 대마초를 한의원에서 쓰고 있는 약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반박한 것이다. 그 당시는 물론 현재도 한의원에서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한의원에서는 대마 씨의 '마인'만 사용한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동의보감 등 자료에는 대마의 전초 성분이 통증 등 치료에 사용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대마가 마약류로 관리되면서 한의사들의 사용이 막혔다. 이제 세계적으로 의료용 대마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추세로 한국도 국민건강을 위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이를 한의사들도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