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 대학병원서 4년간 쓰였다”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 대학병원서 4년간 쓰였다”

기사승인 2020-06-29 13:42:11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식품위생법상 가습기 살균·소독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되는 ‘하이크로정’을 한 식약품 도매업체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시켜 병원에 유통한 의혹을 받고 있다.

29일 오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학병원이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된 식기소독제 '하이크로정'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이크로정은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으로 흡입독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반복 흡입노출에 의한 조직병리학적 검사 결과 폐에서 독성 변화가 관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 1월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현재 하이크로정이 해당 병원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을 제보한 제보자는 사망했다. 제보자가 하이크로정 사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해당기간  병원에서 NaDCC를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다른 피해자 또한 현재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참위는 “피해자 전수조사를 위해 해당 병원과 기술원 등에 개인 의료기록을 받아보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참의에 의하면 NaDCC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엔위드(N-with’'와 ‘세균닥터’다. 이 중 엔위드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은 93명. 엔위드와 함께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한 5명은 폐 질환을 인정받았다. 이번 사참위 조사로 NaDCC를 사용한 제품이 추가로 한 개 더 확인됐다.

사참위는 “하이크로정은 식품위생법상 가습기 살균·소독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품”이라며 “제품업체는 하이크로정을 지난 2003년에 ‘혼합제제식품첨가물’로 출시하고 2009년에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품목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사참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임상자료를 이름만 바꿔서 허위로 B 병원에 전달했고 해당 병원은 이를 입찰해 자체 규정인 감염관리지침서에 적시하며 4년 넘게 썼다. 당시 식품첨가물의 용도를 허위표시하거나 과대 광고할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으로 행정제재 대상이지만 사참위 확인 결과 식약처는 A 의약품 도매업체가 허위광고한 가습기살균제에 대해서 제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에 따르면, A 의약품 도매업체는 하이크로정이 ‘가습기 안에 세균과 실내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 이에 해당 병원은 A 업체와 정식계약을 체결했고 ‘가습기 하이클’이라는 이름으로 3만7400정을 병원에 공급했다.

A 업체는 ‘당시 NaDCC 세정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많이 팔리고 있어서 우리도 그렇게 팔 수 있을 것 같아 임의로 (하이크로정 설명서를) 작성했다’고 사참위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 관계자는 “도매업체가 하이크로정을 유치원, 요양병원, 산후조리원에도 납품했다고 진술했다”며 “보건복지지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은 혹시라도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병원의 감염관리지침을 전수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A 업체나 B 병원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는 행정처분 시효가 넘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통해 하이크로정으로 인해 폐 질환 등에 걸린 피해자를 발견했다면 과실치상과 과실치사 등은 적용할 수 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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