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故 최숙현과 동료들, 24시간이 지옥이었다

[녹취록] 故 최숙현과 동료들, 24시간이 지옥이었다

기사승인 2020-07-06 11:56:38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사진=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지난달 26일 고(故) 최숙현 선수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 감독과 선수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떴습니다. 어머니에게 보낸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는 그가 남긴 생애 마지막 기록이 됐습니다. 

최숙현 선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경주시청, 경북체육회 등에 수차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최숙현 선수의 유족들은 최숙현 선수의 사망 하루 전날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진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경주시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용기를 냈습니다. 고인이 당했던 폭행을 증언하고 자신들이 겪은 폭행도 추가로 폭로했습니다.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내려 간 폭로문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가해자는 감독과 팀 닥터, 24시간 가혹행위 벌인 주장 선수

“경주시청 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이었고,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습니다.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가혹행위는 감독과 팀 닥터만 한 게 아닙니다.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하고 폭언했습니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습니다. 제 3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습니다.”

▲ 24시간 폭력과 폭언… “자살하라” 협박까지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어요.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했습니다. 숙현이 언니가 팀 닥터에 맞고 나서, 휴대전화를 보며 울 때도 ‘쇼하는 것,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주장 선수는 훈련하면서 실수하면 내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 살려달라’고 사정했어요.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하게 했어요.”

“피로골절로 인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 선수가 ‘꼴 보기 싫다’며‘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창고에서 숨어 지냈어요.”

“팀 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 까지 말했어요.”


▲ 숙현 언니와 함께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어요. 감독과 주장선수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습니다.”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이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는 담당 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만~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하여,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습니다.”

▲ 운동 선수들 인권 보장되는 사회 만들어지길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분들의 구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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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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