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 보단 '마지막 매듭' 지을 때

[기자수첩]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 보단 '마지막 매듭' 지을 때

기사승인 2020-08-27 13:48:34
[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금호산업과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지연을 두고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HDC현산은 인수 거래를 종결하고자 하는 HDC현산의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재실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DC현산 측은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매도인의 선행조건이 여전히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수 종결을 위해선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갑작스레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재무 상태를 재실사하고 가격 등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HDC현산의 인수 의지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재실사 제안은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구하기 때문이다. 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고 2500억원의 계약금 환급 소송에 대비해 명분을 쌓으며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채권단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인수조건에서 양보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을 최대 1조원 가량 깎아주는 내용의 공동투자를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회동이 끝난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 측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며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향후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산은 아직까지도 침묵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동걸 회장의 제안마저 거부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경영 정상화를 거쳐 재매각하는 ‘플랜 B’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산업은행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제시할 수록, 더 많은 국민의 세금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쓰이게 된다.

이제는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마지막 매듭을 지을 차례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M&A 시장에서 정몽규 HDC 회장과 HDC현산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적인 변수가 생겼지만 현산이 이런 저런 핑계로 인수를 미룬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나가길 바란다. 

sebae@kukinews.com
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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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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