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사적인 기준으로 특정인을 성범죄자로 판단한 부분을 두고 ‘또 다른 범죄’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디지털 교도소에서 성범죄자로 판단하고 임의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고대생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디지털 교도소에서 성범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씨가 누군가에게 지인능욕을 의뢰했다며 그의 얼굴 사진·학교·전공·학번·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게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음성 녹음 파일 등도 함께 공개했다. 지인능욕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불법 행위다.
그러나 A씨는 신상공개 이후 이같은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글을 올리고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링크)을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A씨의 해명 이후에도 그의 신상을 계속 공개 상태로 유지했다. A씨의 지인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통해 A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이후 악플과 협박 전화·문자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A씨가 이러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교도소가 개인의 범죄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한 것에 대해 논란이 발생했다. 특히 ‘마녀 사냥식’ 처벌에 높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A 네티즌은 “서로 진실공방이 있는데, 경찰과 사법부가 판단하지 않은 사건을 신상공개한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범죄 예방을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 놓고서는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 네티즌은 “실제로 A씨가 성범죄자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 못 됐다”며 “사회적 성범죄에 대해 선택적 분노를 과하게 일으켜 혐오 증오 등의 감정에서 오는 분노표출이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법부가 범죄행위에 대해 신상공개를 최대한 자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뒤 돌아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 네티즌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들이 함부로 신상공개를 안하는 것은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며 “인민재판과 무차별한 신상공개는 한 개인이 자의적으로 다른 개인을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 교도소 측은 A씨 사망 후 그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인신상 공개 행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6일 “이 사건은 A씨가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당일날만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A씨를 감싸고 공론화를 막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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